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자연과학]뭍오른 물고기, 사람진화 위한 ‘첫발’을 딛다

입력 | 2009-06-13 02:47:00


◇내 안의 물고기/닐 슈빈 지음·김명남 옮김/348쪽·1만3000원·김영사

《우리 몸은 어떤 진화를 거쳐 만들어졌을까.

이 책은 물고기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아주 먼 옛날 수십억 년 동안 모든 생명체는 물속에 살았다.

3억6500만 년 전 어떤 물고기들이 뭍으로 올라왔고 지느러미가

팔다리로 변했다.

몸 구조와 감각기관이 복잡하게 진화했다.》

3억7500만년된 화석에서
물고기와 사지동물 중간생물 발견
사람으로 진화과정 흥미롭게 밝혀

저자에 따르면 인간도 물고기의 후예이기 때문에 몸속에 물고기의 흔적이 남아 있다. 물고기의 몸은 사람 몸의 단순한 형태일 때가 많기 때문에 사람의 팔다리뼈, 뇌 구조를 이해할 때 물고기가 도움이 된다. 저자는 고생물학자(미국 시카고대 교수)다. 이 책은 화석을 연구하는 고생물학, DNA 실험을 통한 발생유전학을 씨줄과 날줄로 엮으며 인간과 수억 년 전 물고기의 교집합을 찾는다.

저자가 책을 쓴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3억7500만 년 된 북극의 바위에서 2004년 찾아낸 물고기 화석 틱타알릭이다. 틱타알릭은 ‘커다란 민물고기’라는 뜻의 이누이트(에스키모) 말에 착안한 학명. 저자는 눈 내리는 북극의 7월, 황량한 이곳의 바위에서 쑥 튀어나온 물고기 주둥이의 화석을 발견했다. 머리가 보통 물고기처럼 원통형이 아니라 악어처럼 납작했고 눈이 위에 붙어 있었다. 아가미와 비늘이 있지만 목과 원시 형태의 다리가 있었다. 이 물고기는 3억7500만 년 전 물과 뭍을 오가며 살았다. 물고기가 사지동물로 변해가는 중간단계 생물이었던 것이다.

이 고대 물고기는 지금 인간 몸의 발생 과정을 설명해 준다. 사람 몸의 속성은 틱타알릭이 뭍으로 올라와 물고기와 다른 특징으로 진화할 때 이미 갖춰졌다. 물고기는 두개골과 어깨가 뼈들로 연결돼 있어 몸통을 돌리면 목도 함께 돌아간다. 틱타알릭의 머리는 어깨와 떨어져 있어 사람처럼 어깨를 가만히 두고 머리를 돌릴 수 있다.

저자가 199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중부지역을 뒤져 찾은 3억6500만 년 전의 물고기 지느러미 화석에서는 사람 팔다리뼈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양상이 발견됐다. 사람을 포함해 포유류, 조류, 파충류는 팔다리뼈가 몸통에서 가까운 부분부터 뼈 1개-뼈 2개-작은 뼈 여러 개-손·발가락뼈의 패턴을 보인다. 사람 팔의 경우 위팔에 뼈 1개, 팔뚝에 뼈 2개, 손목에 작은 뼈 여러 개, 손·발가락뼈로 이어지는 것.

물고기 지느러미에는 이런 패턴이 없다. 인간의 위팔이나 허벅지에 해당하는 곳에 4개 이상의 뼈가 있는 게 전부다. 그런데 저자가 찾은 지느러미 화석은 몸통에 가까운 부분에 1개의 뼈, 그 다음 2개의 뼈, 지느러미 가장자리에 8개의 뼈가 있었다. 발가락에 해당하는 뼈를 빼면 전형적인 팔다리뼈다.

틱타알릭 화석에서는 아예 사람의 손목뼈를 닮은 부분이 발견됐다. 저자는 “틱타알릭이 어깨, 팔꿈치, 손목이 있어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람의 팔다리, 손목뼈와 비슷한 뼈를 처음 지닌 생명체는 물고기였던 것이다. DNA 실험을 통해서는 사람 손과 물고기 지느러미가 같은 유전자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석을 찾아 나선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어우러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대학원에 들어갈 무렵 처음 화석을 찾아 미국 서부의 울긋불긋한 흙투성이 불모지를 헤맸다. 온통 돌밖에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지표에 몸을 드러낸 채 풍화로 인해 조각난 뼈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경험에 대한 묘사는 고생물학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한다. 화석이 어떻게 생기는지, 어떤 암석에서 잘 만들어지는지 등 고생물학의 기초도 쉽게 설명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