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등 밀수출 도난차량 압수
12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 앞마당에는 벤틀리, 벤츠 S클래스, BMW, 포르셰 등 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레이싱 모델만 서 있으면 모터쇼와 다름없는 광경이었다. 차량 5대의 값을 합하면 11억 원에 달했다.
경찰서를 찾은 민원인 사이에서는 “연예인들이 무더기로 조사받고 있는 거 아니야?”라고 수군거리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들 차량에는 화려한 외제차에 어울리지 않게 ‘압수품’이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절도범에 의해 장물로 나온 외제차량을 사들여 외국에 밀수출하는 G트레이딩 대표 김모 씨(39)는 2억2000만 원을 호가하는 포르셰를 3000만 원이라는 ‘헐값’에 사들였다. 김 씨는 사들인 차량들을 외국에 몰래 수출하기 위해 폐차 직전의 아반떼, 볼보 차량 등을 구입해 서류를 꾸몄다. 서류상으로는 볼보 중고차량이 일본 요코하마로 수출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정작 화물선 컨테이너 안에는 포르셰가 실려 있었다. 이런 수법으로 세관의 눈을 피한 외제차들은 지난달 31일 인천항을 떠나 일본과 홍콩으로 향했다.
경찰은 외제차 절도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하고 인터폴, 주한 일본영사관 등과 긴급 공조해 해상에 있던 화물선을 되돌려 차량을 모두 압수했다. 경찰은 12일 김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이를 도운 이모 씨(25)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