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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장을 움직이는가]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

입력 | 2009-06-13 02:59:00


왜 탐험에 빠졌냐고? 쳇바퀴 부수려고!

남북극 K2 에베레스트 등정
위험찾아 한계돌파로 영감 얻어
토털서비스 종합금융사로 도약

“대개 최고경영자(CEO)들은 아침 일찍 출근해서 회의하고 저녁 때 모임 갖고 주말엔 골프 치는 단조로운 일상을 계속합니다.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생활 속에서는 결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습니다. 사고의 유연성을 가지려면 탐험활동 같은 경험이 효과적이죠.”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IG손해보험 본사 사옥 18층 회장실에서 만난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59)은 CEO로서 왜 위험한 탐험활동을 계속하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구 회장은 2001년 K2 등정을 시작으로 남극, 북극에 이어 최근 에베레스트 남서벽 코리안루트 개척까지 9건의 굵직한 탐험활동에 원정대장으로 참가했다.

○ 탐험정신을 기업 경영에 접목

구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목표를 향해 부단히 도전할 것을 강조한다.

“산악인 박영석 씨가 즐겨 하는 말이 있어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한다’는 것이죠. 우리 회사 임직원 모두가 이런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구 회장이 탐험활동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럭키생명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절이다. 당시 럭키생명은 만성적인 경영악화로 퇴출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극적인 전기 마련이 절실했다. 그는 무기력에 빠져 있던 임직원에게 다시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용기를 주기 위해 히말라야 K2 등정을 결심했다.

구 회장은 “탐험을 통해 기업인이 가져야 할 도전정신과 열정, 용기를 배울 수 있다”며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깨달음으로써 겸손한 마음자세와 어려운 시기를 참고 이겨낼 수 있는 인내력을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탐험활동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한 달가량의 시간을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데 쓴다.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컴퓨터, 텔레비전, 신문 등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경영 구상을 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도 1년에 두 차례씩 한적한 별장에서 일주일간 혼자 시간을 보내는 ‘생각의 주간(Think Week)’을 갖는다고 합니다. 탐험활동을 하면서 경험하는 극한 날씨, 제한된 음식, 고소증을 극복함으로써 ‘한계돌파’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습니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알려진 구 회장은 탐험활동 외에 마라톤도 즐겨 한다. 그는 탐험활동과 마라톤, 기업경영 간에는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다고 말한다. 우선 기초체력과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초체력과 기본기가 튼튼하지 않고서는 어떤 스포츠나 사업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 또 다른 공통점은 유연성. 탐험과 마라톤이라는 장기 레이스를 펼치려면 많은 변수가 생기게 마련인데 경영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 창립 50주년 맞은 LIG손해보험

올해 LIG손해보험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50주년 기념 슬로건은 ‘고객과 함께한 50년 희망의 약속 100년’이다. 구 회장은 “줄기차게 오래 지속되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며 “어떻게든 살아남는 기업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LIG손해보험의 신성장동력으로 새로운 채널 확대, 신상품 개발, 종합금융투자회사로의 도약을 꼽았다.

“기존의 전통적인 대면판매 조직 외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판매채널 확대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다양한 신채널을 확보하고 향후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정책성보험, 해외보험을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LIG손해보험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가장 높은 장기보험 신계약 성장률을 기록했다. 장기보험 신계약이 전년 대비 37.2%나 증가한 것. 연간 매출도 5조 원대로 성장했다.

구 회장은 LIG손해보험을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보험 외에 현재 진출해 있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투자관련 금융회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고객에게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 지하철 자주 타는 소탈한 CEO

구 회장은 LG그룹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동생 구철회 회장(작고)의 4남 4녀 중 막내로 구본무 LG 회장의 당숙이다. 그의 집무실은 소탈한 성격을 반영하듯 생각보다 작았다. 집무실보다 바로 옆 회의실이 훨씬 크고 잘 꾸며져 있었다.

“이공계 대학 졸업 후 금성사부터 시작해 26년간 제조업에 근무했어요. 그 기간에 소파에 편하게 앉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1999년 LG화재 부사장으로 처음 왔을 때 집무실이 좋아서 놀라기도 했지요.”

구 회장은 지하철도 자주 탄다. 약속 시간에 맞춰 정확히 갈 수 있고 지하철을 타면 세상 돌아가는 걸 알 수 있어서 애용하게 됐다고 한다.

“지하철을 타 보니 세대별로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20대는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보고, 30대는 전화하는 사람이 많고, 40대는 꾸벅꾸벅 졸고, 50대 이상은 신문을 많이 읽더군요. 젊은 사람들이 옷을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도 지하철을 타보면 금방 알 수 있죠.”

:구자준 회장 프로필:

―1974년 한양대 전자공학과 졸업

―1987∼93년 금성사 이사

―1999∼2000년 LG화재 부사장

―2000∼2002년 럭키생명 대표이사

―2002∼2005년 LG화재 대표이사 사장

―2005∼2009년 LIG손해보험 대표이사 부회장

―2009년 1월∼현재 LIG손해보험 대표이사 회장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