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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녕]국회의원 로비스트

입력 | 2009-06-13 02:59:00


로비스트는 특정 집단을 대신해 정책이나 입법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정책 입안자나 정당, 국회의원을 상대로 활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물론 보수를 받는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런 로비가 합법화돼 있다. 그러나 사전에 등록해야 하고 누구를 위해, 무슨 활동을 하는지까지 신고해야 한다. 미국 상원과 하원에는 등록된 로비스트만 3만5000명이고 미등록자까지 포함하면 10만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로비 대가로 챙기는 돈이 연간 15억 달러(약 1조8000억 원)라니 웬만한 글로벌 기업의 연간 매출을 훌쩍 넘는다.

▷영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 이런 일도 있었다. 유명 주간지 기자들이 유령회사를 만들어 500명이 넘는 하원의원을 상대로 로비에 나섰다. 일종의 함정 취재였다. 딱 두 명의 의원이 걸려들었다. 하원에서 이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발언을 해주는 조건으로 수백만 원씩을 받은 것이다. 모든 게 적나라하게 보도됐다. 두 명의 의원은 수개월간의 등원 금지와 감봉 처분을 받았다. 로비를 받는 것까지는 좋으나 의회에 적법하게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에서도 17대 국회 때 로비스트를 합법화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법안까지 마련됐고 토론회도 열렸다. 음지에서 성행하는 로비를 차라리 양성화해 부정과 비리를 차단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부정론에 밀려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지 못했다. 변호사 단체도 기를 쓰고 반대한다. 우리의 경우 여전히 로비가 불법의 영역이지만 도처에서 로비가 공공연하게 횡행한다. 국회에서 농협 개혁이나 학원 규제, 로스쿨 얘기 등이 나올 때마다 유독 한쪽 편을 드는 의원이 많은 것도 혹시 로비 때문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대표변호사로 등록된 D로펌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한 여러 병원의 약제비 반환소송을 싹쓸이했다고 한다. 총소송액 318억 원 가운데 313억5000만 원(98.6%)어치를 맡았다. 전 의원은 의료 관련 정책과 법을 다루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이다. 그는 다른 이에게 대표직을 넘겼는데 아직 정리가 안됐을 뿐이라며 자신은 이 일과 무관하다고 했지만 D로펌이 우연히 이 많은 소송을 수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회의원이 돼서도 변호사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논란거리지만 변호사 의원들의 파워가 세서 그런지 다들 그냥 넘어간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