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에 다니는 강 모 씨(30·서울 양천구)는 유학 준비를 위해 토플 공부를 하다 최근 '건축시공기술사'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올해 초 회사가 감원을 한 데다 임금도 삭감되어 미래에 투자할 만한 여유가 없어졌다. 강 씨는 "기술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인사고과에도 가산점이 있다. 회사에서 살아남는 것이 먼저다"고 생각했다.
불황이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트렌드도 바꿨다. 예전에는 외국어를 배우거나 운동을 하는 등 개인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요즘에는 업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직무 관련 교육에 직장인들이 몰리고 있다. 몸값도 떨어지고 언제 감원 대상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직장인들이 선택한 생존 전략은 '전문성' 확보다.
특히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이 대학원, 사회교육원에 등록하는 대신에 수강비가 싼 이러닝이나 국비 지원 강좌에 몰리고 있다.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임 모 씨(42·경기 부천시)는 최근 직장인 블로거 모임에 참석해 무료로 '블로그 마케팅' 강의를 듣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에 대해 공부하고 싶지만 강의를 듣거나 대학원에 다니기에는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임 씨는 "마케팅 블러거들과 인맥도 넓힐 수 있고 무료로 공부도 할 수 있어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식경제부 '이러닝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8년 이러닝 이용분야는 직무 관련 22.9%, 자격증 15.8%, 정보기술 9.1%, 산업기술 1.4%를 차지해 2007년보다 각각 4.5%, 5.7%, 2.1%, 1.2%가 늘었다.
반면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분야인 외국어, 초중고과정, 수학능력시험은 각각 3.6%, 9.6%, 2.8%가 줄어 학생보다 직장인의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문사무, 산업기술 분야 이러닝 콘텐츠를 무료로 학습할 수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학습미디어센터 이용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7년 3827명에서 2008년 607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올해 5월까지 이용자가 벌서 5562명으로 지난해 이용자에 육박하고 있다.
국비가 지원되는 직무 강좌들도 인기다.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회계, 인사, 생산관리 등 국비로 무료 교육을 제공하는 단기직무능력향상교육(JUMP)는 예상을 뛰어넘는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전국 12개 훈련기관에서 실시된 총 훈련시간은 7일 현재 18만501시간으로 지난해 1만8042시간의 10배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연말까지 5만 명이 이 훈련과정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로젝트 수주 능력이 연봉 협상 및 인사고과와 직결되는 직장인들은 직접 고객을 찾아나서기도 한다. 개인의 프로필과 실적을 등록해 고객이 개인의 역량을 바탕으로 소속 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기업과 홍보대행사의 매칭 사이트인 '우리는 피알트너입니다&Co.'의 박나영 씨는 "불황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직원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회사에 소속되어 안정성을 누리면서도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커리어 코칭 기업 '윤코치연구소' 윤영돈 소장은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해를 넘기면서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는 자기계발 열풍은 한풀 꺾였다"면서 "요즘은 특정 직무와 직접 연결되거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뚜렷이 늘었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