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카페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블로그에서는 한겨레와 경향을 합쳐 ‘겨레향’이라고 부른다. 광고업계에서는 언소주의 광고주 협박 운동이 겨레향과 깊숙이 연결돼 있다고 본다. 겨레향은 지난 정권에서 정부와 공기업 광고를 메이저 신문보다 더 많이 배정받았고, 광고 효과는 미미하지만 기업들의 ‘보험성’ 광고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다 우호적인 정권이 퇴장하고 경기침체가 겹쳐 광고 매출이 급감하면서 금단(禁斷) 증상이 심각해졌다. 김이환 광고주협회 부회장은 “두 신문의 위기 국면을 타개할 비상수단으로 언소주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은 언소주가 광동제약에서 빼앗아온 광고를 게재하기가 떳떳하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이 신문 간부 A 씨는 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 사람들이 우리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광동제약 광고 하나 받는다고 우리 형편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6월 11일자 사설에서 “불매운동 대상 기업이 소비자 의견에 귀를 기울여 편중 광고를 시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할지 여부는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타당하다”라고 썼다.
언소주는 즉각 ‘겨레향 광고 물어다 주기’에서 ‘동아 조선 중앙 광고주 압박’으로 모드를 전환했다. 이렇게 하면 겨레향의 체면이 덜 깎인다고 판단했을지 모르지만 메이저 신문 광고주가 협박당하지 않으려면 겨레향에도 광고를 주어야 할 테니 둘러치나 메어치나 매한가지다.
광동은 스파링, 진짜 타깃은 삼성
광동제약은 스파링 상대였고 진짜 타깃은 삼성이다. 삼성이 광고를 끊기 전까지 겨레향의 광고 매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었다. 김성균 언소주 대표는 “삼성이 동아 조선 중앙에 광고를 그만둘 때까지 불매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목표를 분명히 했다. 언소주 게시판에는 ‘싸움의 기술에서 찌(지)질한 댓 놈들과 싸우느니 힘 좋은 놈 하나를 패 놓으면 이길 승산이 높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최강자 삼성을 무릎 꿇리면 재계 전체의 항복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겨레향은 언소주의 운동을 ‘왜곡된 언론’에 분노한 정당한 소비자 권리라고 옹호했다. 메이저 신문의 어떤 기사가 어떻게 사실을 왜곡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겨레향과 뉴스를 다루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왜곡’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6월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범국민대회’에 대해 경향신문은 1면 톱 제목으로 를 달아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1면 톱 제목을 라고 붙였다. 동아일보는 이었고 조선일보는 이었다. 이것은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어떤 신문의 논조가 옳고 그른지는 독자의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기면 되지, 왼쪽으로 심하게 구부러진 그대들의 잣대로 재단할 일은 아니다.
6월 10일만 되면 두 신문은 제철을 만난 듯 지면에 활기가 넘치지만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한겨레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경향은 ‘관제(官製)언론’을 하고 있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펴낸 ‘6월 항쟁을 기록하다’(3권 121∼123쪽)에는 ‘제도 언론의 여론몰이’라는 소제목을 달아 당시 경향신문을 포함한 관제언론의 보도를 분석해 놓고 있다.
‘제도 언론은 관변세력보다 더 나아가 체계적인 지면 제작을 통해 4·13 호헌(護憲)조치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특히 서울신문 경향신문과 두 방송(KBS MBC) 등 관제언론이 심했다. 언론 캠페인의 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