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에브리원 위탁모 프로, 연예인에 초점 맞춰 ‘눈살’
지난달 26일 처음 방송한 케이블 채널 MBC 에브리원의 ‘러브 에스코트’(화요일 오후 2시 40분·사진)는 연예인들이 1주일간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위탁모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입양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나 세심한 아이 돌보기보다는 연예인 쪽에 더 무게 중심이 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월 26일, 6월 2일 방송은 개그우먼 강유미, 안영미가 생후 1개월 된 영서를 1주일간 돌보는 모습을 담았다. 2일 방송은 아기가 등장하는 장면이 없었다면 스타의 일상을 엿본다는 수많은 연예정보 프로그램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강 씨가 연예계 선배들에게 육아 비결을 배우겠다며 분장실로 찾아갔지만 제대로 된 육아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개그맨은 모유 수유법을 알려주겠다면서 장난하는 태도로 일관했고, 한 개그우먼은 아기 트림 시키는 법을 간단히 일러준 뒤 강 씨가 출연하는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주고받는 데 치중했다.
이어 이 프로그램에서 MC를 맡은 개그맨 지상렬이 중간점검을 한다며 이들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는 육아 책에 소개된 아기 마사지 하는 법을 읽어주더니 강유미와 안영미는 누가 아기에게 마사지를 해줄 것이냐를 두고 ‘스타 문자 받기’ 대결을 벌이게 했다. 또 두 개그우먼이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돌보느라 고생한다면서 요리를 해주는 장면이 방송을 탔다. 지상렬의 방문을 다룬 10여 분 중 아기 마사지에 할애한 시간은 2분에 불과했다.
갓난아이를 붐비는 장소에 데리고 가는 장면에선 걱정이 앞섰다. 사람 많고 소음 가득한 미용실과 개그맨 유세윤의 결혼식장에 아기와 동행한 것이다. 문제가 될 만한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사회복지단체 관계자와 전문위탁모의 입회하에 촬영되고 있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지만 시청자를 안심시키지는 못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한창 사랑받고 보살핌 받아야 하는 아기가 프로그램에 이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니 찝찝함과 눈물밖에 안 남았다’(김형선), ‘생후 1개월 아기를 침대에 눕힌 채로 수유하거나 사람 많은 결혼식장에 데려가면 안 된다. 아기 키우는 엄마로서 가슴이 조마조마했다’(최연주)는 의견이 잇따랐다.
아기를 양부모에게 보내는 마지막 날은 슬픈 음악과 자막으로 ‘신파’ 일색이었다. 아기와의 이별 파티를 비롯해 연예인의 눈물, ‘비가 내려 더욱 슬픈 이별의 아침’이라는 자막까지. 입양이라는 소재를 이런 식으로 ‘소비’하는 것은 분명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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