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왼쪽), 구종남 씨 부부는 14일 열린 하이원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에 선수와 심판으로 참가했다. 김 씨는 암벽 등반 도중 추락해 중상을 입었지만 트라이애슬론으로 재활에 성공했고 구 씨는 그런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 트라이애슬론 3급 심판 자격증을 땄다. 정선=특별취재반
선수로 심판으로 대회 참가 김세형-구종남 씨 부부
오후 3시를 넘어선 시간. 아내는 “걱정 안 해요”라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시선은 결승선을 향해 달려오는 선수들을 응시했다. 출발한 지 벌써 8시간. 동호인 선수 중 선두 그룹이 골인한 지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한 명씩 띄엄띄엄 오는 게 고작이었다.
4시가 거의 다 된 시간. 마침내 남편이 뛰어왔다. 표정은 오전 4시에 아내가 차려주던 밥을 먹을 때처럼 밝은 모습이었다. 둘은 손을 맞잡고 결승선까지 30m 남짓을 함께 뛰었다. 동호회원들은 박수를 쳤다. 많은 사람이 부부의 표정을 바라보며 흐뭇해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부부는 서로를 포근히 안았다.
거친 도전 드라마의 결말 속에서 사랑을 확인한 주인공은 김세형(49), 구종남 씨(43) 부부다. 김 씨는 하이원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에서 완주에 성공했다. 아내 구 씨는 심판으로 수영과 사이클 바꿈터에서 참가자들을 관리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구 씨가 트라이애슬론 심판까지 하게 된 이유는 남다르다.
2004년 10월 암벽 등반을 취미로 하던 남편은 금경산 하산 도중 추락 사고를 당했다. 엉덩이뼈와 오른 발뒤꿈치가 부서지는 중상이었다. 병원에서는 물리치료와 함께 의족 착용을 권했다.
하지만 부부는 고민 끝에 병원을 떠났다. 남편은 믿었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음을. 마침 첫째 아들이 트라이애슬론을 권했다. 남편은 절뚝거리는 발로 수영을 했고 앞산을 넘었다. 사고가 난 지 1년이 지난 2005년 9월 울산 트라이애슬론대회에서 완주를 했다. 기록은 나빴지만 결승선을 밟은 것 자체로 아내는 가슴이 벅찼다. 그 후 김 씨의 트라이애슬론 완주는 30회에 이르렀다. 대회마다 남편을 따라다니던 구 씨는 남편을 보살피고자 3월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이 주는 3급 심판 자격증을 땄다.
구 씨는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자신 때문에 아내가 속병이 생긴 것 같아 미안한 마음뿐이다. “아내가 이제 싹 나았으면 좋겠어요. 오늘 완주가 큰 힘이 되길 바랍니다.”
정선=특별취재반
▼사이클 내리막길서 넘어져 참가자 1명 응급이송 중태▼
하이원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에 참가한 서모 씨(49)가 14일 사이클을 타고 달리다가 넘어져 중태에 빠졌다. 강원 태백경찰서에 따르면 서 씨는 오전 11시경 태백시 황지동 송이재 내리막도로에서 내려오다 중심을 잃고 자전거와 함께 쓰러졌다. 서 씨는 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출혈 증상으로 의식불명 상태다. 그는 응급 치료를 받은 뒤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주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