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발언’ 공방 가열… 민주 일각 “상왕정치 비판 커질수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을 둘러싸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사흘째 원색적인 말을 주고받으면서 논쟁을 계속했다.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이 정권 타도의 지침과 교시를 내린 것 아니냐”고 비난했고, 민주당은 “청와대와 여권이 현 시국에 대한 저열한 인식 수준을 드러낸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이념적 지역적 세대적인 갈등을 부추김으로써 지지 계층을 집중 관리했던 정치기법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이 우발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면서 “4월 재·보궐선거 결과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 정국에 도취해 6월을 궁극적으로는 정권 타도로 몰고 가라는 지침과 교시를 내린 게 아니냐”고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이구동성으로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열정적으로 옹호한 것은 실질적으로 민주당이 김 전 대통령의 교시에 따라 맹신도처럼 움직이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팬클럽인 ‘전여옥을 지지하는 모임’의 최정수 회장은 12일 전지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대중 씨도 노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하라. 자신이 없다면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논란이 가열되자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14일 국회 브리핑에서 “정곡을 찌르는 말은 아프기 마련”이라며 “정부와 한나라당은 자신의 귀에 달갑지 않은 말은 고언도 아니고, 충정도 없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청와대와 여권의 조악한 반응은 청와대의 현 시국에 대한 저열한 인식 수준과 함께 쇄신의 필요성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여러 말이 흘러나왔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수도권 의원은 “현재 민주당은 서거한 노 전 대통령과 퇴임한 지 오래된 김 전 대통령에게 업혀 있는 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전면에 서면 설수록 ‘상왕(上王) 정치’란 비판이 커질 수 있다”며 “4·29 재·보선 때 호남에서 ‘김 전 대통령의 의중이 민주당에 있다’고 선전했지만 패배한 전력도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