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 A 군이 자신을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기소한 인천지검 부천지청 이순옥 검사에게 보낸 감사편지. 이 검사는 A 군에게 매달 책을 선물하고 종종 검사실로 불러 함께 ‘독서 토론’을 해왔다.
상습절도 소년범, 책 선물해준 女검사에 감사편지
“‘위’(책 ‘배려’의 주인공)의 변화를 확인하고 느끼면서 나 역시 구치소에서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배려’라는 것을 해 보았다. 처음엔 ‘저런 짓’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쓰잘데기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해봤다. 해 봤는데 좋았다. 뿌듯하고 즐거웠다.”
올 2월 상습 절도로 구속된 소년범 A 군(17)은 ‘배려-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책을 읽은 뒤 독후감을 썼다. 그리고 자신을 구속기소한 인천지검 부천지청 이순옥 검사(31·사법연수원 35기)에게 이를 보냈다.
구치소에 들어오기 전 A 군은 책 한 권을 끝까지 제대로 읽지 못했다.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세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는 바람에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지만 어머니는 병마에 시달렸고 누나는 가출해 버렸다. A 군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은 세상의 배려를 받지 못했고 그래서 세상을 배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범죄자라는 덫에 빠진 것도 이런 마음 때문이었다.
A 군은 이 검사를 만나고서야 마음이 흔들렸다. “사랑하는 검사님♥ … 항상 좋은 책 선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편지지 제가 꾸몄습니다. 예쁘다고 칭찬해 주세요 ^^.” A 군이 수시로 친근한 누나에게 말하듯 이 검사에게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책’ 때문이다.
이 검사는 A 군을 구속기소하는 것으로 ‘업무’를 끝내지 않았다. 재판을 기다리던 A 군에게 ‘배려’ ‘청소부 밥’ ‘시크릿’ 등 여러 책을 선물했다. 한 달에 하루 이틀은 검사실에서 A 군과 이 검사 간 독서 토론이 벌어진다. 이 검사는 수소문 끝에 세 살 이후 A 군이 만나본 적 없는 아버지를 찾아내 면회하도록 설득해 아버지뿐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만나게 했다. 면회 오는 사람이 없어 구치소에서 쓸쓸하게 지내던 A 군은 이제 “어머니에게 효도하겠다”고 편지에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달 3일 있었던 1심 선고공판에서 A 군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검사는 낙심한 A 군을 불러 실망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보람된 일로 가득 채우라는 의미에서 일기장을 선물했다.
“사람에게 배려해보는 게 처음인거 같은 어색함도 묻어났지만 익숙해질 것이다. 비록 검사님이 생각하시는 것과는 다른, 혹은 부족했을지 모르는 깨달음일지라도 이렇게 깨닫게 해 준 검사님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가득이다.”
A 군은 독후감을 마무리하며 죗값을 치른 뒤 세상에 나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책 읽어주는 여검사’의 따뜻한 배려로 A 군은 배려하는 삶을 깨닫게 됐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