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팝 아티스트 왜 뜨냐고요?
“새 기업 가치 알리기엔 내가 최고”
기업들은 날 모델로 활용, 난 작품활동에 기업 이용
“사고뭉치에 비호감인 절 기업들이 왜 그리 좋아하느냐고요? 국내 최초 ‘비즈니스형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신세대 팝 아티스트 낸시 랭(30)이 쌈지와 LG전자, 삼성그룹, KT 등과 공동 마케팅 활동을 펼친 데 이어 14일부터 CJ오쇼핑과 손잡고 란제리 판매 방송을 시작했다. 사실 그는 평소 거침없는 발언과 파격적인 노출 의상으로 번번이 화제의 중심이 되어온 인물. 가장 최근엔 탤런트 안재환 씨 장례식에 주황색 옷을 입고 와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너무 튀다보니 호불호(好不好)가 뚜렷하게 갈리는 캐릭터인데도 기업들은 왜 그녀에게 계속 손을 내미는 것일까.
“콧대 높은 명품 대표주자 루이비통도 최근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와 함께 작업해 대박을 냈잖아요. 새로운 기업 가치를 선보이려는 업체들이 끊임없이 제게 공동 작업을 제안해오는 이유죠.”
그렇다고 오로지 돈만을 목표로 자신의 이미지나 감성을 파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갤러리 전시회뿐 아니라 기업 광고나 행사 모두 내 ‘작품’으로 여긴다”며 “내가 광고 모델로 기업에 활용되듯 내 작품 활동에 기업을 적극 이용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로 시작한 홈쇼핑 방송 ‘낸시랭의 더 시크릿’도 처음엔 쇼 모델만 제안받았으나 고집을 부려 직접 기획 단계에 뛰어들었다. “흰 배경 앞에 멀뚱히 서서 상품만 소개하면 재미없잖아요. 패션쇼를 모방한 무대 모양부터 카메라 위치 설정까지 제가 모두 디자인했어요.” 그렇게 그만의 아이덴티티를 가득 담은 채 14일 밤 전파를 탄 첫 방송은 동시간대 4주 평균 시청률에 비해 3.5배 높았다. CJ오쇼핑 측은 “시청자들에게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처럼 기다려지는 홈쇼핑 방송을 선보이고자 했다”며 “그런 점에선 낸시 랭이 그 어떤 전문가보다도 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전 기업들과의 작업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낸 것 역시 그의 몸값이 올라가는 또 다른 이유다. 패션업체 쌈지가 2006년 그를 아트 디렉터로 영입해 만든 브랜드 ‘낸시랭 라인’은 당시 여러 인터넷 쇼핑몰에서 인기 상품으로 선정됐다. LG전자 ‘플래트론 모니터’는 그와 ‘낸시랭 실종사건’ 프로모션을 함께 벌인 후 해당 제품 매출이 8배 늘었다. “제 첫 번째 영상 작품이 될 이번 방송도 홈쇼핑 프로그램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하는 것이 목표예요. 먼 훗날 사람들도 제가 방송에서 외치는 구호 ‘큐티 섹시 낸시 앙!’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죠.”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