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57부터 다시 보자. 이 수는 물론 반상 최대의 곳. 그러나 미리 손을 봐두고 갈 곳이 있었다. 그것은 62의 곳에 한 번 젖혀두는 수였다. 백은 ‘가’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나중에 흑이 ‘나’로 하변 백을 잡는 수가 남는다. 언젠가 여기를 보강해야 하는 것이 백의 큰 부담이다.
백 58, 60으로 보강한 것이 기민해서 백이 조금 더 흑을 따라잡았다.
그러나 백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반상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한 방 역전의 기회를 잡을 곳이 마땅치 않다. 앞으로 따라갈 길이 멀고도 험하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유신환 6단이 아직 낙관 무드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후위칭 8단도 그걸 알기에 지략을 짜낸다. 백 64가 절묘한 응수 타진. 어느 쪽으로 잡든 뒷맛이 고약하다.
흑도 65, 67로 반발하자 백 68의 묘수로 대응한다. 흑 69로 참고도 흑 1에 두면 백 2, 4로 대형 사고가 난다. 이어 백이 ‘다’에 두면 흑 4점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거기를 후수로 두고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후 8단은 백 70으로 우변에 깊숙이 침투해 또 승부수를 날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