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張이 問善人之道한대 子曰, 不踐迹이나 亦不入於室이니라.
공자와 제자 子張의 문답을 기록한 ‘논어’ ‘先進(선진)’편의 이 章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진리에 도달한 정도에서 聖人이나 君子보다 낮은 단계에 위치한 善人의 위상을 논했다고 보는 설이다. 주희에 따르면 善人은 좋은 바탕을 지녀 악을 저지르지는 않지만 아직 옳게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둘째는 善을 修善(수선)이란 동사로 풀이하고 善人之道는 사람을 교육하는 방도를 가리킨다고 보는 설이다. 정약용의 설이다.
첫째 해석이나 둘째 해석 모두 踐迹은 성인의 도를 따르고 前轍(전철)을 지키는 循道守轍(순도수철)을 뜻한다고 본다. 그런데 첫째 해석에 따르면 不踐迹은 善人이 創業(창업)에 약간의 능력이 있다고 해서 聖人이 실천했던 자취를 따르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道는 善人이 처한 위상을 가리킨다. 이 해석은 인간의 差別相(차별상)에 주목했다. 둘째 해석에 따르면 不踐迹은 善人의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남을 가르치는 방법에서 볼 때 ‘성인의 자취를 따르게 하지 않는다면’이라는 假設(가설)의 언어가 된다. 사실, 공자는 사람을 가르칠 때 (렵,엽)等(엽등·등급을 뛰어넘음)이 없어야 한다고 경계했지, 善人이 군자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亦은 ‘아무래도 역시’의 뜻이다. 不入於室은 도의 깊은 곳에 들어가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다.
공자는 ‘學而(학이)’편에서 “비록 학문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그를 배운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라고 하여, 진정으로 선한 사람을 존중했다. 純善(순선)의 사람은 누구나 궁극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엽등의 조급함은 경계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