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쎈놈’이 왔다, 썰렁한 유머를 걸치고
24일 개봉하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은 2억 달러(약 2500억 원)짜리 블록버스터다. 1편보다 5000만 달러 늘어난 제작비의 위력을 첨단 시각효과에서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2007년 6월 국내 개봉한 트랜스포머 1편은 742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수입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그 이상의 흥행 성적을 기대하는 눈치다. 시각효과만 보면 헛된 바람이 아니다. 중장비 7종이 합체한 파괴로봇 ‘디베스테이터’, 정의의 로봇 대장 ‘옵티머스 프라임’의 쌍검술, 작은 구슬 로봇들이 모여 변신한 칼날모양 스파이로봇 등의 비주얼은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눈으로 느껴지는 즐거움을 방해하는 불쾌한 요소가 두 가지 있다. 그 불쾌감은 ‘고작 두 가지’라고 넘길 만큼 소소하지 않다.
○ 흐름 툭툭 끊는 썰렁한 유머
현란한 특수효과 향연에 문득문득 찬물을 끼얹는 최대의 걸림돌은 허술한 내러티브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장편 데뷔작 ‘나쁜 녀석들’(1995년)부터 무작정 치고받는 액션에 장기를 보였다. ‘트랜스포머…’에서 그의 액션 스케일은 한층 시원해졌다. 하지만 늘 지적됐던 이야기 짜임새는 그만큼 더 부실해졌다.
1편에서 사악한 외계로봇 무리 ‘디셉티콘’을 물리치고 지구에 남았던 착한 로봇군단 ‘오토봇’. 2편은 강력한 새 악당 ‘폴른’의 침략으로 시작한다. 오토봇을 도와 지구를 구했던 주인공 샘(샤이아 라보프)은 다시 한 번 목숨을 건 전투에 뛰어든다.
그런데 이 샘의 모험담은 기적 같은 ‘우연’의 연속이다. 그는 우연히 큐브 조각을 만져 엄청난 비밀을 몸속에 간직한 ‘우주적 보물’로 거듭난다. 우연히 찾아낸 사막 비밀기지에서 우연히 벽 하나를 깨뜨려 보니 변신로봇들이 수천 년간 찾아 헤맨 조상의 무덤이 나타난다. 의식을 잃었던 샘이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되살아나는 장면에서는 실소를 참기 어렵다.
샘의 부모는 이해할 수 없이 늘어난 출연시간 내내 썰렁한 유머로 이야기 맥을 끊는다. 영화 중반 디셉티콘에게 납치돼 아슬아슬한 인질극이라도 벌어지겠거니 했지만 혼전 중 손쉽게 풀려난다. 2시간 27분의 뒤죽박죽 이야기에 혼란스러움을 더하는 캐릭터들. 샘의 학교 캠퍼스에서 대마초에 취해 벌이는 어머니의 억지 유머는 보기에 안쓰럽다.
○ 중국과 중동은 악의 요새?
전투의 배경도 예사롭지 않다. 첫 격전지는 중국 상하이(上海)다. 헬기를 타고 오토봇과 함께 이 ‘위험 지역’으로 출동한 특전대장은 “8개월간 6차례나 괴물로봇이 출몰했는데도 중국 정부는 유독물 유출사고로 위장해 이 지역을 봉쇄했다!”고 질타한다. 군인들과 오토봇이 적을 때려잡는 와중에 상하이 시내는 포화에 휩싸여 쑥대밭이 된다.
클라이맥스 결전 무대도 마찬가지다. 외계 변신로봇 종족의 에너지원 비밀을 품은 ‘큐브’가 숨겨진 곳은 하필 중동 사막 한가운데다. 오토봇과 디셉티콘, 중무장한 미국 군대가 이곳에 집결해 난전을 벌이며 도시 하나를 초토화시킨다. 디셉티콘이 피라미드를 때려 부수자 그 안에서는 최악의 병기 ‘태양 파멸기계’가 위용을 드러낸다. 트랜스포머는 미국 영화다. 미국 군대가 정의의 로봇과 손잡고 악을 무찌르는 내용이 어색할 것은 없다. 하지만 ‘악’의 본거지를 실제 미국과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관계인 중국과 중동에 몰아넣은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게다가 영화에서 이곳을 처절하게 폭격하는 주체는 로봇이 아니라 미국 전투기다. 베이 감독의 전작인 ‘아마겟돈’ ‘진주만’ 등에 나타난 군사력 중심의 미국적 세계관이 거북했던 관객은 한층 커진 찝찝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영상제공 =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