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속 진주’ 캐내 창단 첫 우승
객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울까. 일본 나고야 외곽의 고마키에서 열리고 있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자 농구대표팀이 바로 그랬다. 일본여자농구 도요타자동차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정해일 감독(50·사진)이 한국 선수들의 도우미를 자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나고야가 연고지인 도요타의 전용 체육관이 한국 선수단 숙소 인근에 있어 선뜻 훈련 장소를 제공했다. 그 덕분에 선수들은 이동 시간을 줄이고 훈련 효과를 극대화했다. 차량 편의를 마련하고 특수 영양제도 나눠주는가 하면 통역으로 나서기도 했다. 정 감독은 “모처럼 선후배들과 만나니 반갑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허재 대표팀 감독은 “정 감독님이 곁에 있어 든든하다”며 고마워했다.
2002년 도요타 사령탑에 부임한 정 감독은 당시 8개 팀 중 7위였던 팀을 지난달 1963년 창단 후 첫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1년 단위로 감독 계약을 하는 일본에 혈혈단신으로 건너온 그는 탄탄한 지도력을 앞세워 장수하고 있다. 거액의 스카우트 비용을 들이는 대신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는 발품으로 ‘흙 속의 진주’를 캐내 전력을 끌어올렸다.
정 감독은 스포츠 가족이다. 부인 김영숙 씨(49)는 여자 배구 국가대표를 지냈고 두 자녀는 농구를 했다. 고려대에서 뛰고 있는 아들 정창영은 191cm의 대형 가드로 벌써부터 프로팀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9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훈련에 여념이 없는 정 감독은 지난 주말 고교 선수 영입을 위해 도쿄로 떠나며 “후배들이 잘해 줘 너무 뿌듯했다”고 기뻐했다.
나고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