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커스 최고의 날LA 레이커스 코비 브라이언트(앞줄 왼쪽)가 흑인 최초로 미국 프로농구에서 감독이 됐던 ‘전설’ 빌 러셀(가운데)을 향해 MVP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감독으로서 통산 10회 우승 신기록을 세운 필 잭슨 LA 레이커스 감독(오른쪽)은 로마자로 ‘X(10)’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다. 올랜도=로이터 연합뉴스
레이커스 감독, 올랜도 꺾고 10회 우승 위업
코비는 ‘이기적’ 오명 벗고 첫 PO MVP 영예
LA 레이커스가 미국프로농구(NBA) 2008∼2009시즌 챔피언에 등극했다. 레이커스는 15일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올랜도 매직을 99-86으로 꺾고 4승 1패로 시리즈를 마쳤다. 팀 통산 15번째 우승으로 보스턴 셀틱스(17회)에 이은 두 번째다. 코트에는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31)가, 벤치에는 ‘명장’ 필 잭슨 감독(64)이 있었다.
1996∼1997시즌부터 줄곧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은 브라이언트는 2005∼2006시즌 평균 35.4득점으로 첫 득점왕에 올랐고 이듬해 2연패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기적인 플레이 때문이었다. 레이커스는 1999∼2000시즌부터 3년 연속 정상에 올랐지만 세 번 모두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는 샤킬 오닐의 몫이었다.
레이커스는 2003∼2004시즌을 마치고 오닐을 마이애미 히트로 보냈다. 레이커스는 ‘코비의 팀’이 됐지만 그는 “오닐 없이는 절대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브라이언트가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지난 시즌부터.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에 뽑힌 그는 지난해 올림픽 출전을 자원했고 미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챔피언결정전에서 평균 32.4점을 넣으며 첫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한 브라이언트는 “오닐 없이 우승할 수 없다는 얘기가 틀렸다는 것을 입증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우승을 확정한 잭슨 감독은 로마자로 ‘Ⅹ(10)’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기뻐했다. 시카고 불스에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과 함께 여섯 차례, 레이커스에서 세 차례 우승을 했던 잭슨은 7년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안으면서 1980년대 보스턴 왕조를 이끌었던 레드 아워바흐(9회 우승)를 넘어섰다.
그는 1995∼1996시즌 시카고에서 NBA 사상 최고 승률(72승 10패·0.878)을 올렸고, 사상 최단 경기(1264경기) 만에 900승을 달성하는 등 각종 기록을 갈아 치워 왔다. 잭슨 감독은 2003∼2004시즌을 마친 뒤 레이커스를 떠났다. 하지만 레이커스는 다음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자 2005∼2006시즌부터 다시 그를 사령탑에 앉혔다. 레이커스를 떠나 있는 동안 펴낸 자서전에서 “브라이언트는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했던 잭슨 감독은 우승 뒤 “코비는 모두를 하나로 묶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는 동료들에게 믿음을 줬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