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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길]경제개발의 길목에서

입력 | 2009-06-16 02:56:00


동북아로 눈을 돌리자
2000년대 들어 동북아 경제 관심
경제포럼 참석하며 中발전에 감명
역사 갈등 딛고 한중일 경제협력을

2000년 초부터 나는 동북아지역 경제 동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어 앞으로 한국과의 경제관계가 더욱 밀접해질 뿐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사이의 상호관계가 복잡해질 것인데 여기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그러던 차에 하와이 동서문화센터의 조이제 박사가 운영하는 동북아경제포럼을 알게 됐다. 그의 권유에 따라 이 포럼에 참가하여 2005년까지 이사회 멤버로서 경영에 관여하는 동시에 후원자 역할을 했다.

조 박사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 능통하고, 특히 일본 및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과 친분을 두텁게 하여 동북아경제포럼에 대한 성원과 지원을 이끌어 냈다. 또 역내 여러 도시에서 동북아 국가 간의 경제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국제회의가 열릴 때마다 대성황을 이뤘고 참석자들은 조 박사의 수완과 지도력에 감탄했다. 특히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는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막후에서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92년의 수교 이전에 서울에서 ‘한중지적교류위원회’의 첫 모임을 갖게 됐다. 이것도 조 박사가 주선한 결과였다. 한국 측 위원장은 내가 맡고 중국 측 위원장은 중국 국무원의 마훙(馬洪) 씨가 맡았다. 회의에 참석한 중국 위원들은 한국의 경이적인 경제발전의 비법을 알기 위해 왔다며 수많은 질문을 했고 한국 측 위원들이 답변을 하면 이를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동북아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의 여러 도시를 시찰했는데 그를 통해 중국의 눈부신 경제 개발에 감명을 받았다. 중국 정부 주도의 개발 방식은 1960, 70년대 한국의 그것과 흡사했다. 이대로 가면 중국이 머지않아 한국 경제를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느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은 장차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나의 주견을 펴낸 것이 바로 2002년 10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간한 ‘동북아로 눈을 돌리자’라는 책자였다.

이 책자 서문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썼다.

‘지금까지 필자는 21세기 세계의 변화 방향을 세 가지로 요약해 왔다.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가 그것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는데, 바로 아시아 시대의 도래다. 특히 중국의 경제발전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가히 충격적이다. 13억 인구의 거대한 중국이 지금과 같은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을 계속할 때 장차 세계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중국 대륙 한 귀퉁이에 혹처럼 붙어 있는 한반도는 중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감기에 걸릴 위치에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동해 건너 일본과 태평양 건너 미국을 바라보며 살아왔지만 이제 서해 건너 중국을 위시하여 동북아로 눈을 돌릴 때가 온 것이다.’

동북아에는 각종 천연자원도 많고 일본, 한국, 중국이 세계에서 중요한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과거의 쓰라린 역사 때문에 세계에서 지역적 협의체가 하나도 없는 유일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소련의 공산체제가 붕괴하여 냉전체제가 사라진 오늘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정치적 화해와 경제협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2000년부터 여러 국제회의와 국내 논단에서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을 촉구하는 동시에 한국을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