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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회 역할 포기의 사생아’ 미디어委의 막판 모습

입력 | 2009-06-16 02:56:00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어제 전체회의에서 야당 측의 여론조사 실시 주장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 17일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끝났다. 민주당 요구에 따라 설치된 이 자문기구는 당초 100일간 미디어 관계법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15일까지 성과물을 내놔야 했다. 지난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일정이 미뤄지면서 활동기간을 25일까지로 늘렸다. 그런데도 논의를 서두르기는커녕 “여론조사 없이 미디어위의 결론을 표결로 낼 순 없다”는 야당 측과 “시간이 없으니 기존의 여론조사를 활용하자”는 여당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야당 측 위원들은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 진출 허용 여부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에 따르자는 의견을 고집했다. 자문기구가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처리한다면 국민이 선출한 국회는 의미를 잃게 된다.

미디어위는 국회법에 어긋나는 옥상옥(屋上屋)으로 천금같은 세금과 시간만 낭비한 꼴이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안심의 기능을 실종시키고 대의(代議)민주주의의 사생아로 태어난 미디어위가 획기적 대안을 내놓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3월 2일 여야대표는 “사회적 논의기구가 100일간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한다”고 합의했지만 이튿날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사회적 논의기구가 MB악법 저지투쟁의 새로운 진지(陣地)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여야합의를 뒤집었다. 국회에서 해머를 휘둘러 미디어 관계법 처리를 막기 힘들어지자 아예 국회 내에 법안 처리를 가로막는 진지를 구축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국민이 정해준 정당별 의석수와 어긋나게 여야 동수로 구성된 미디어위의 위원들은 미디어의 발전 방향에 대한 진지한 토론보다는 정파적 이익만 대변하기에 급급했다. 5월 15일 회의에서 정완 위원은 “학자들이고 학술적인 토론을 하던 분들이 이 안에서는 다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바뀌어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문재완 위원은 “우리가 3월 3당 간사 합의사항을 다시 확인하는 것 이외에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느냐”고 자탄했다.

국민이 준 다수 의석을 갖고도 야당에 질질 끌려다니며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 없는 한나라당이 더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