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허위보고후 형 관련건물로 본사 이전
1급직위 멋대로 신설, 서열 안되는 동생 앉혀
대한석탄공사는 2006년 9월 서울 영등포구에 있던 본사 사옥을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전국광산노조연맹 소유의 건물로 이전하기 위해 임차계약을 했다. 당시 김모 사장 등 임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본사 이전은 이 회사 노동조합 김모 위원장(52)의 형인 전국광산노조연맹 위원장(60)의 부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정부는 본사 이전을 허가하지 않았다. 의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이어서 면적 1000m² 이상의 공공청사 이전은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석탄공사는 9개 층 4296m²를 쓰는 걸로 임차 계약을 하고도 3개 층 991m²만 임차한다고 정부에 허위로 보고하고 이듬해 본사를 옮겼다.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석탄공사 감사 결과에 따르면 자본잠식 상태로 지난해에만 1324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은 이 회사의 노사(勞使)는 각종 탈법, 불법 행위를 일삼으며 방만 경영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 노조위원장 형제들의 부당행위 관여
지난해 12월 석탄공사는 직제에 없는 광업소 공무부소장 직위(1급)를 멋대로 신설했다. 그리고 서열명부를 편법으로 작성해 승진서열 순위가 낮아 승진 대상도 아닌 노조위원장 김 씨의 동생을 승진시켜 이 자리에 앉혔다.
이 동생을 포함해 김 씨 5형제 중 4명이 석탄공사와 관련을 맺어왔다. 석탄공사 본사 이전에 관여한 김 씨의 형도 석탄공사 노조 출신으로 19년째 광산노조연맹 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다른 동생은 석탄공사 하청업체를 운영하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담합 입찰’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 씨는 11년째 이 회사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씨는 2006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노조위원장 신분을 유지한 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강원 태백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당시 김 씨는 선거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 편법 임금 인상, ‘카드깡’ 회식
지난해 1월 석탄공사 노사는 임금합의안이 정부의 임금인상기준(3%)을 초과해 이사회 의결이 보류되자 예산에 반영하지 않고 이른바 ‘보건관리비’를 신설해 임금인상분을 보전하기로 이면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12억7000만 원을, 올해는 2월 말 현재까지 1억9000만 원을 지급했다.
노사는 또 정년퇴직자와 산재 사망자에게 퇴직금과 재해배상금 외에 지급 근거도 없는 1인당 평균 8600만 원의 ‘공로금’을 주기로 합의하고 이사회에는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 밖에 직원들이 법인카드로 현금할인(카드깡)을 하고 법인카드로 구입한 상품권을 되팔거나 허위 영수증을 첨부하는 등의 편법으로 현금 8600만여 원을 마련해 회식비와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현재 석탄공사는 완전자본잠식(―5743억 원) 상태로 지난해에만 1048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보건관리비와 공로금 지급을 중단하고 7명의 부당·위법행위 관련자에 대한 면직, 정직 등 엄중 문책을 요구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