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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의식불명 ‘기소’… 합의땐 ‘불기소’

입력 | 2009-06-16 02:56:00


교통사고 ‘중상해’ 기소 여부 사례별 점검

중상해 교통사고 가해자들이 잇따라 기소되면서 검찰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고 있다. 올 2월 헌법재판소는 심각한 교통사고 가해자라도 종합보험에 가입했고 음주, 뺑소니 등 10개 유형의 잘못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교통사고특례법 4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대검찰청은 법원의 판례와 학설, 외국의 입법사례 등을 종합해 업무처리지침을 만들었고 일선 검찰청은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의 상해 정도와 사고 경위 등을 고려해 중상해 사건을 처리해 왔다. 앞으로 법무부는 검찰의 업무처리 지침과 법원의 판결 결과 등을 바탕으로 새로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15일 서울중앙지검이 중상해 사고로 판단해 불구속기소했거나 기소 방침을 정했다고 공개한 4건(지방 포함)의 사례를 보면 △중상해 정도 및 치료경과 △합의 및 공탁여부 △의사 소견 등이 중요한 판단기준이었다.

올 4월 중순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관광버스가 무단횡단하던 40대 남성을 친 사건과 올 3월 강원 원주시에서 덤프트럭이 자전거를 끌고 가던 보행자(75)를 친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치료과정에서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또 전남 영광군에서 화물차가 어린이(6)를 친 사건과 서울 종로구에서 택시가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친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전신마비 또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들 사건은 모두 뇌 등 인간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주요 장기에 중대한 손상을 가했거나 팔, 다리 같은 신체 중요 부분의 상실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돼 가해자들을 모두 기소하거나 기소할 방침이다.

부상의 정도가 전치 몇 주 이상일 때 기소한다는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다만, 피해자가 신체 불구상태가 됐는지 또는 생명이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진단 및 치료를 한 의사의 소견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교통사고 피해자의 상태는 치료 경과에 따라 유동적이다. 따라서 검찰은 사고가 난 뒤 2, 3개월이 지나서야 중상해 여부 등을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최근 기소 방침을 정한 사건들은 모두 3, 4월에 일어난 사건이다.

중상해 사고라도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려 기소하지 않는다.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는 도중에라도 합의가 되면 공소기각 판결이 난다. 검찰은 “합의를 보지 못했더라도 충분한 액수의 공탁금을 내면 기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