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5일만에 운송거부 철회… 사실상 백기투항
비정규직법 등 현안 많지만 총파업 강행 어려울 듯
전국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가 15일 사용자 측인 대한통운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집단운송 거부를 철회함에 따라 노동계의 결집력이 떨어져 내달 초로 예정된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새벽 대한통운과의 막판 협상에서 계약 해지자 원직 복귀 등 주요 내용에 합의해 운송 거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합의 내용은 △계약 해지자 38명 원직 복귀 △근무조건은 계약 해지 이전 상태 유지 △박종태 씨 장례식(미정) 후 1주일 이내 업무 복귀 △대한통운은 이번 사태를 이유로 복귀자에게 일절 불이익을 주지 않음 △양측은 모든 민형사상 고소, 고발, 가처분 소송을 취하함 등이다. 화물연대가 노조 실체 인정을 요구하다 스스로 철회함에 따라 이날 합의는 대한통운 광주지사장과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 분회장이 사인했다. 화물연대는 이번 합의에 대한 별도의 평가 없이 “총회에서 대한통운과의 잠정합의안을 76.5%의 찬성으로 최종 승인했다”고 간단하게 밝혔다.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 5일 만인 이날 사실상 ‘백기 투항’한 데는 1만5000여 조합원 중 실제 운송 거부에 동참한 차량이 11일 46대, 12일 58대에 그치는 등 참여율이 극히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는 화물연대가 대한통운 계약해지자 38명에 국한된 지엽적인 사안을 ‘화물연대 실체 인정’ 등 생존권과 무관한 요구조건과 무리하게 연계시켜 내부적으로도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통·물류운송 방해 시 운전면허 취소 등 강경대응을 천명한 정부의 태도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의 업무 복귀는 민주노총 총파업 계획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총파업의 또 하나의 동력인 금속노조는 핵심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단협 지연으로 16일로 예정된 쟁의조정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쟁의조정 신청 후 10일 이내에는 파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현대차 노조가 총파업에 참여하려면 최소한 이번 주 중 쟁의조정을 신청해야 한다. 여기에 현대차 윤해모 노조 지부장이 15일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힌 것도 현대차의 총파업 참여 가능성을 낮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비정규직법 개정,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쌍용자동차 문제 등 이달 안에도 해결해야 할 노동계 현안이 많아 아직은 하투(夏鬪)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노동계의 힘이 빠졌지만 어느 곳에서 다시 불똥이 튈지는 알 수 없다”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핵심 현안으로 삼고 있는 복수노조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 논의는 시작도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에 미디어법, 비정규직법 개정을 둘러싼 6월 국회의 입법전쟁, 내달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등을 계기로 노동계가 실력행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