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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집회 ‘상습시위꾼’ 131명 입건… 그들은 누구인가

입력 | 2009-06-16 02:56:00


온라인 자생 시위조직… 경찰연행 기록 있어야 ‘가입 자격’

문자메시지로 이동 집결… 정찰조-전위대-본대 나눠 도로점거-폭력 일삼아
4명중 1명 무직… 10대도 9명
‘작전지시’ 수뇌부 파악안돼

올해 1월 발생한 용산철거민 참사사건 이후 서울 도심은 한동안 주말마다 폭력시위로 얼룩졌다. 시위가 끝나면 조직화된 200여 명이 해산하지 않고 도로를 점거해 경찰을 폭행하는 등 폭력을 행사해 왔다.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자생적으로’ 조직된 상습 시위꾼인 것으로 드러났다.



○ 상습 시위꾼은 누구인가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7일 서울 동대문역 인근에서 시위대가 경찰관을 집단 폭행하고, 경찰관의 신용카드까지 빼앗아 사용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상습 시위꾼’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현재까지 131명을 입건해 11명을 구속하고, 106명은 불구속 입건, 14명은 지명 수배했다.

15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131명을 분석한 결과 무직이 32명(24.4%)으로 4명 중 1명은 직업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48명(36.6%)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진술을 거부했다. 연령별로는 40대(37명)와 20대(35명), 30대(33명)가 많았지만 10대도 9명 있었다.

경찰은 이들 중 상당수가 3월 7일 경찰관 폭행사건과 지난달 2일 하이서울 페스티벌 개막식 행사장 난입 등에 개입돼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 ‘자생적인 시위 조직’이 폭력 주도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서 집회를 주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지도부가 검거된 이후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모인 시위꾼들이 집회를 주도하는 식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심야까지 해산하지 않고 전경 차량을 부수는 등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온라인과 시위 현장에서 만난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주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덕수궁 대한문 앞에 시민 분향소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단체는 참여연대나 민주노총 같은 지명도 있는 단체가 아니라 ‘촛불시민연석회의’다. 올해 4월 발족한 이 모임은 반정부 성향이 강한 인터넷 카페 30여 개의 연대 모임이다. 여기에는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지명도 있는 단체는 들어가 있지 않다.

이들은 지난해 촛불시위 때부터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등에서 시위 안내 정보를 보고 시위 현장에 나왔다가 소모임을 만들어 활동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광화문에서 밤새 시위를 하다가 함께 아침을 맞은 사람들이 ‘광화문의 아침’을 만들고, 광복절에 함께 집회에 나서 전경 차량을 함께 공격한 사람들끼리 ‘8·15평화행동단’을 결성하는 식이다.

이런 카페는 대부분 회원 가입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사이트를 비공개로 해 접근이 쉽지 않다. 지난해 7월 18일 개설된 ‘촛불연행자들의 모임’은 가입을 위해 경찰에 연행된 날짜와 경찰서, 나이, 이름, 연락처 등을 공개해야 된다. 10대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5월 개설된 ‘10대 연합’은 올해 2월 비공개 카페로 전환했다. 회원 가입을 하기 위해서는 운영진에게 e메일을 보내 ‘검증’을 받아야 된다.

○ 집회 때 도시 게릴라처럼 움직여

이들 회원 중 일부는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비공개 카페에서 시위 정보 등을 주고받으며 친목을 다진 뒤에는 시위 때에도 카페 회원들끼리 몰려다닌다.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운영자가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작전’을 전달하기 때문에 집회 때는 도시 게릴라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시위대에 폭행당한 한 경찰관은 “시위꾼들은 정찰조, 전위부대, 본대, 잠복 정보원 등 마치 특수부대처럼 움직인다”고 말했다. 3월 7일 서울 종로5가에서 경찰 70명이 시위대 200명을 가로막자 일부 시위대는 인도의 군중 속으로 숨어 들어간 뒤 경찰 병력 뒤로 이동해 경찰 지휘부를 급습하기도 했다.

경찰은 상습 시위꾼으로 입건된 131명 대부분을 ‘행동대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휴대전화 기록 등을 조회한 결과 이들은 대부분 문자메시지를 받고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이를 주도한 수뇌부가 누군지 파악되지 않았지만 현재 수사망을 좁혀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