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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처형’ 배후조직 또 알카에다?

입력 | 2009-06-16 02:56:00

예멘 북부 사다에서 납치된 국제의료자원봉사단체 ‘월드와이드서비스’ 단원들의 시신이 발견된 15일 외교통상부 이준규 재외동포 영사대사(가운데)가 이날 열린 대책회의를 굳은 표정으로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알카에다 최고재무담당자 체포 하루만에 시신발견

■ ‘예멘 피랍 한국인 등 9명 전원 피살’ 충격

나들이를 나섰다가 예멘의 반정부단체에 피랍된 한국인 엄영선 씨(34·여) 등 9명은 납치 3일 만인 15일 전원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들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사다 동쪽 계곡. 처음에는 독일인 3명의 시신이 훼손된 채 발견됐고 이날 오후 인근에서 나머지 시신 6구도 발견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특히 AP통신은 이들이 처형된(executed)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무장세력의 살해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지금까지 예멘에서는 자원봉사자가 반정부단체에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난 사건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자원봉사자 전원이 살해된 경우는 드물다. 이번에는 자신의 소행을 밝히거나 몸값을 요구해온 조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피랍자 살해 배후세력으로 알카에다가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다. 중동지역 안보 전문가인 파레스 빈 후잠 씨는 “피랍자 사망의 배후에 알카에다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다지역 부족 지도자들도 이번 납치 사건을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피랍자들이 살해된 채 발견된 것이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카에다 최고 재무담당자로 알려진 한 남성이 체포된 지 하루 만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알카에다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예멘 당국은 앞서 ‘후티 자이디’를 배후 세력으로 꼽았다. ‘후티 자이디’는 대표적 반군세력으로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며 민간인에 대한 납치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후티 자이디 측은 “우리는 외국인을 납치하지 않았다”고 정부 측을 비난하고 있다.

예멘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크고 작은 반정부조직의 납치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15년 동안 납치된 사람만도 모두 2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무사히 풀려났다.

엄 씨는 병원 일과 함께 한국인 의사 자녀들에 대한 가정교사 역할도 맡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다지역에는 이 단체 소속 한국인 의사 4명과 가족, 그리고 엄 씨 등 8명의 한국인이 체류해 왔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정부, 예멘피랍 한국인 엄씨 사망 공식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