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대규모 군중집회… “안보리 제재 반대”
북한이 15일 2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반대하는 대규모 군중대회를 열고 핵무기가 자위용이 아닌 공격용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앞서 13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카드를 공개하고 핵 능력을 최대한 키워 미국과 국제사회를 자극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조만간 실제 핵무기 또는 핵 기술 이전 관련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핵무기는 ‘공격용’ 주장
북한 인민무력부 부부장인 박재경 대장은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주민 10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규탄 평양시 군중대회에서 “미제와 그 추종 세력들이 우리를 반대하는 이른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이어 제재 결의를 채택한 이상 우리 인민군대는 그것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손에 쥔 핵무기는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방어수단인 동시에 나라의 존엄과 자주권, 생존권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자들에게는 무자비한 징벌을 안기는 공격수단”이라고 말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보도했다. 북한은 그동안 외무성 성명 등을 통해 핵이 미국의 핵 공격에 대비한 ‘자위적 방어수단’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핵을 공격수단이라고 한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박 대장은 특히 “정전협정이 법적 견지에서 구속력을 잃고 협정조인 당사자인 미 제국주의와 전쟁상태에 들어간 정세 하에서 만약 놈들이 사소한 도발이라도 걸어온다면 지체 없이 선제 타격의 권리를 행사하여 미국의 급소를 일격할 것이며 지구상 그 어디에 있는 미제침략군도 다 찾아내어 씨도 없이 소멸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 남은 핵카드는 무엇
서훈 이화여대 초빙교수(전 국가정보원 3차장)는 저서 ‘북한의 선군외교’에서 지난해 초를 기준으로 북한이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 카드를 모두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①핵시설, 핵물질, 핵무기의 증설 및 증대 ②핵무기(폭발 장치) 실물 공개 ③우라늄 농축 관련 기술, 장치, 물질 시위 ④핵탄두(미사일) 공개 및 실험 ⑤핵무기 실전 배치 ⑥핵무기, 핵물질, 핵 기술 이전 위협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북한은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통해 ①번 카드를 사용했다. 13일 밝힌 UEP 공개는 ③번 카드의 일부다. 북한은 앞으로 추가 핵실험을 하고 경수로발전용 저농축우라늄이 아닌 핵무기제조용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두 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 카드 4가지는 모두 실전 핵무기와 핵물질, 핵 기술 이전과 관련된 것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해 성급하게 UEP 카드를 들고 나온 것 같다”면서도 “필요에 따라 나머지 카드도 조기에 꺼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 이후 나름의 준비를 갖추는 대로 우선 △핵무기(폭발 장치) 실물 공개 △핵탄두(미사일) 공개 및 실험 △핵무기 실전배치 카드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 능력 부풀리기’를 위해 조작된 사진 등을 이용한 핵무기 공개라는 속임수 카드를 먼저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핵무기나 핵물질, 핵 기술을 이전한 사실을 시인하거나 미래에 이를 이전하겠다고 협박하는 ⑥번 카드는 북한이 최후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묵인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북한이 다른 불량국가나 테러세력에 핵이 확산되는 것만은 막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미 사용한 핵 카드는 최근의 UEP 시인을 비롯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 △핵시설 증설 △핵사찰 거부 및 IAEA 사찰관 추방 △핵 연료봉 인출 및 재처리 △핵물질 증대 △무기급 플루토늄 실물 공개 △핵무기 보유 선언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실험 발사 등 10여 가지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