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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이슈 점검/송도국제도시 11공구 갯벌 매립 갈등

입력 | 2009-06-16 06:49:00


환경단체들 “희귀조 저어새 보호위해 중단해야”

인천경제청 “추가 용지 절실… 대체서식지 조성”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 매립을 놓고 환경단체들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송도국제도시 인근에 있는 남동공단 유수지에 저어새가 산란을 위해 날아들면서 11공구(현재 갯벌)의 매립계획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11공구 중 일부를 대체 서식지로 만들기로 결정한 만큼 11공구 매립계획을 전면 보류하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희귀조류 생태 경로 된 11공구 갯벌

14일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 내 인공 섬. 망원경으로 섬을 관찰해 보니 갓 태어난 새끼를 포함해 50여 마리의 저어새가 서식하고 있었다. 새끼를 낳기 위해 만든 둥지도 12개나 관찰됐다. 전 세계에 2000여 마리만 있다는 희귀조류 저어새가 현재 송도국제도시 인근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인천 송도의 마지막 갯벌로 불리는 송도 11공구 갯벌은 저어새뿐 아니라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등 희귀 조류의 서식 장소로 알려져 있다. 봄, 가을에는 호주와 시베리아를 오가는 도요물떼새의 중간 기착지이기도 하다. 갯벌 매립에 반대해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저어새 어미들이 갯벌(송도 11공구)로 날아가 먹이를 물고 와서 새끼들에게 먹이는 모습이 계속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자유치,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위해 매립 절실

인천경제청은 매립이 완료된 송도 5, 7공구 6.51km²(약 197만 평)의 투자유치가 마무리돼 추가 용지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에 11공구 매립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송도 5, 7공구에서 연세대 국제화복합단지(93만 m²), 바이오 연구단지(13만 m²), 첨단의료복합단지(99만 m²) 등 사업이 진행되면서 가용 토지가 부족한 만큼 11공구를 매립해 산학연 클러스터(집적지) 조성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인천경제청은 송도 11공구 매립을 마무리한 뒤 국내외 교육 연구기관과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기업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송도 11공구 매립공사에 6, 7년이 소요돼 적절한 시기에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행정 절차가 시급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경제청은 공원·녹지 비율을 높이고 야생조류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는 등 최대한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매립 강행” vs “용납 못해”

인천경제청은 11공구 매립을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국토해양부는 3월 중앙연안관리심의회를 통해 10.156km²의 송도 11공구 매립 면적 가운데 갯벌 상태가 양호한 3km²에는 야생조류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고 7.16km²만 기본계획에 반영하도록 결정했다.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 등 7개 단체로 5월 13일 발족한 인천습지위원회는 11공구는 송도에서 유일하게 남은 갯벌로 저어새 등 희귀 조류의 서식지인 만큼 보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은 “11공구 중 일부 면적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은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등 일부 철새에 대한 서식지 배려 차원이었다”며 “저어새가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11공구 매립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 조류보호단체인 ‘버즈 오스트레일리아’도 최근 성명을 통해 “11공구 갯벌 매립은 지난해 10월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총회에서 발표한 한국 정부의 환경에 대한 입장과 완전히 모순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인천경제청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11공구의 매립과 향후 도시 운영 등을 통해 15조2000억여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