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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의 독한 제자사랑

입력 | 2009-06-16 08:46:00


“에이스 김광현에게 왜 엄격하냐고? 녀석을 보면 젊은날의 내가 보여…”

SK 김성근 감독(사진)에게 ‘김광현과 류현진 중 누가 더 낫냐’고 물어보면 곧바로 “류현진”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다만 꼭 따라붙는 사족엔 여운이 담겨있다. “김광현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투수이니까.”

이 말의 속뜻을 감지해야 ‘왜 김 감독이 유독 김광현에게 엄격한지’를 유추할 수 있다. 미완성이란 것은 곧 그만큼 채워나갈 여지가 크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광현이를 보면 그 또래의 내가(김 감독도 좌완투수 출신이다) 떠오른다. 그 나이는 멋 부리면 하루 아침에 망가진다. (주변에서) 굉장한 에이스라고 띄워줘 지금 만족해버리면 더 클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진다. 언젠가 일본도 가고, 미국도 가야 될 자질이 있는 투수 아닌가?” 김 감독의 진짜 마음은 이렇다. 7일 대전 한화전 등판 다음날 운동장을 20분 동안 돌게 시켰다. 에이스다운 평상심을 잃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손톱을 손질하다 손가락을 베어 예정된 14일 LG전 등판을 건너뛰자 “(손가락이 아니라) 정신이 문제”란 극언까지 써가며 언론을 통해 꾸짖었다. ‘주변이 온통 칭찬 일색인데 나마저 선수 응석을 받아주면 끝장’이란 자기절제의 결과다.

김 감독은 16일 히어로즈전 선발로 김광현을 예고했다. 향후 5일 간격 등판도 예고했다. 애정이 없으면 아예 놓아버리는 김 감독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얼마나 각별히 여기는지 정황이 반증한다. 김 감독에게 김광현은 현역시절 자신이 품었던 미완의 꿈을 대리 실현하는 ‘페르소나’인 셈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화보]한국야구를 이끄는 ‘괴물’ 김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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