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계형철 ‘컨트롤 투수’로 화려한 변신

입력 | 2009-06-16 08:51:00


김성근 변화구 설득…38세 노장 부활 성공

송진우(한화), 전병호(현 삼성 불펜코치)와 함께 ‘컨트롤 투수’로 손꼽히는 계형철(현 SK 2군 감독·사진). 그러나 그는 원래 강속구로 유명한 투수였다. 오히려 ‘볼은 빠르지만 컨트롤이 좋지 않고 구위가 단조롭다’는 혹평을 달고 살았다. 계 감독 역시 “빠른 볼을 믿고 직구만 던지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주변에서 변화구를 던져보라는 얘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계 감독을 바꾼 건 다름 아닌 아내와 아이.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리면서 야구를 포기하려고 했지만 아이의 우유값을 벌기 위해서 마음을 바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후 일이 잘 풀리려고 했는지 변화의 ‘계기’는 너무 쉽게 왔다. “백날 말해도 사람은 계기가 있어야 변해요. 저 같은 경우는 문틈에 손가락을 찧었는데 너무 아픈 거예요. 어쩔 수 없이 손을 틀어서 던졌는데 타자들이 공을 못 치더라고요. 이게 먹히는구나 싶어서 그때부터 변화구 연습을 했죠.”

당시 OB 시절 계 감독을 지도한 인물은 투수코치였던 SK 김성근 감독. 계 감독은 “김 감독님이 구속을 포기하더라도 슬라이더를 던져보라고 설득했다”며 “야구를 포기하지 않게 해주고, 단명할 수도 있던 나를 10년 동안 유니폼을 입게 해준 은인”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지도 아래 정교한 컨트롤 피처로 거듭난 계 감독은 은퇴하기 전 마지막 시즌(1991년) 방어율 5.86을 기록했다. 대단한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30대 초반이면 은퇴하던 시대에 38세 노장투수가 땀으로 일궈낸 기록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홍재현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