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초록, 노랑, 파랑. 필드가 무지갯빛으로 물들고 있다.
올 시즌 클럽 시장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컬러 마케팅’이다. 빨간색 드라이버에, 하얀색 샤프트, 초록색의 그립으로 무장한 화려한 클럽이 자주 눈에 띈다. 2~3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다이와는 온오프라는 이름의 빨간색 드라이버 46D를 출시했다.
이전까지 ‘다이와’하면 점잖은 시니어용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빨간색의 온오프는 신선하고 정열적인 이미지를 안겼다.
핑은 초록색의 랩쳐 V2와 오렌지색의 G10 드라이버가 인기다. 여성용으로 출시된 드라이버에는 핑크색을 도입했다. 클리블랜드의 하이보어 페어웨이 우드는 민트색이다. 화려한 컬러가 보는 것만으로 산뜻함을 준다.
클럽 시장의 컬러 마케팅은 오렌지 샤프트에서 출발했다.
최경주가 사용해 화제가 됐던 MFS의 오렌지 샤프트는 한때 필드를 오렌지색으로 물들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컬러 마케팅은 단순한 눈요기에 그치지 않는다. 컬러는 선수들에게 또 다른 무기가 된다.
“스포츠는 사람들 간의 특정 스포츠 능력을 겨루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개인의 이미지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 스포츠 능력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자극을 활용하는 사례들이 많다. 컬러를 활용해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한다. 축구팀과 같은 팀 유니폼이 대표적이다”며 이미지컨설턴트 전선아 대표는 컬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루었던 대한민국 대표팀의 첫 번째 조역이 바로 ‘붉은악마’였다. 컬러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야구 유니폼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붉은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로 기억되는 해태 타이거스 원정 유니폼은 승리, 강인함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개인 운동인 골프에서는 이런 컬러 마케팅이 더욱 심하다. 대표적인 선수가 타이거 우즈다. 우즈는 최종라운드 때 붉은색 계열의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이는 자기 최면은 물론 상대에게 위협감을 주는 고도의 전략이다.
“붉은 색은 자체에 상대에게 위협을 주는 색이다. 사람이나 동물이 공격적이 되거나 흥분을 하면 혈압이 상승해 얼굴과 몸이 붉어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푸른색은 청결한 색으로 정서를 차분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줄여줘 마인드 컨트롤을 돕는다. 오렌지색 역시 감정의 컨트롤을 돕는다. 활동성과 자긍심 등을 고취시켜줘 자기만족에서 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고 전선아 대표는 말했다.
만일 필드에서 상대의 기를 뺏고 싶다면 빨간색 드라이버를, 감정의 변화가 심해 쉽게 무너지는 골퍼라면 파란색의 샤프트를 꽂아두고 자주 보면 조금이나마 멘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