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 많이 따라잡은 듯한데도 흑을 추월하기에는 여전히 속도가 부족하다.
우변이 마지막 승부처. 이곳 전투에서 백이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백은 온힘을 다해 스퍼트를 시작했다.
흑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변에서 직접 응수하지 않고 상변에서 흑 77의 맥을 찾아낸다. 모양만 봐도 짜릿한 손맛이 느껴지는 수다. 이런 수를 당하면 맥이 풀린다. 자신은 낑낑대며 산을 오르는데 상대는 성큼성큼 오르는 것과 같다.
백 92까지 흑은 상변 백 7점을 잡고 백은 우변 흑 ○ 두 점을 잡는 바꿔치기가 일어났다. 수순은 복잡하지만 쌍방 최선의 결과. 이곳 전투에서 백이 흑을 따라잡는 데 실패하자 흑의 우세는 좀처럼 뒤집힐 것 같지 않다. 그러나 흑의 마무리가 약간씩 정밀하지 못한 것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흑 109도 참고도 흑 1로 젖혀야 했다. 흑 7로 막으면 백 8의 가일수가 필요하고 이때 흑 9로 손을 돌리면 더는 역전은 없었다. 물론 참고도 수순을 놓쳐도 흑이 반집 정도 유리해 백은 숨겨진 1인치를 더 찾아야 하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