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나의 삶 나의 길]경제개발의 길목에서

입력 | 2009-06-17 03:00:00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한국이 동북아 물류중심지가 될 만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종합적인 물류서비스를 강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컨테이너로 가득 찬 부산항 신선대 부두.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국을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한국 동북아 물류중심 지리적 강점
유럽 물류도시 돌며 자료 수집
2001년 정부 추진사업으로 채택

21세기로 접어들어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의 비약적인 공업화로 우리의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책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었다. 상식적인 대답으로 제조업 상품을 고급화, 차별화하고 과학 기술 개발에 국운을 걸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또 하나의 살 길이 있다. 각종 서비스 산업을 다시 보는 것이다. 서비스 산업이라고 하면 음식점이나 관광 사업을 연상하지만 서비스 산업의 영역은 광대하고 제조업 내에서조차 서비스의 비중이 점점 더 커져가는 추세에 있다.

우리는 물류 서비스 분야에 착안했다. 앞으로 13억 인구의 중국 경제가 계속 발전하면 엄청난 물량과 사람이 나오고 들어가고 할 것인데 누가 그 운송과 그와 관련된 서비스 기능을 맡느냐 하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동북아 물류 중심지가 될 만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미 인천공항은 동북아 최대의 공항으로 자리 잡았고 대한항공의 항공화물수송량은 세계 2위(2008년 기준 1위),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세계 3위(2008년 기준 5위)이지 않은가?

이미 인천시는 그 지리적 조건에 착안하여 인천을 물류 중심지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당시 박배근 이재창 인천시장, 공영개발사업단 박영수 단장의 혁신적 발상과 노력으로 영종도 국제공항 유치에 성공했고 송도 정보화 신도시, 영유도 관광휴양단지 등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북아 물류 중심지를 전국적인 차원의 사업으로 끌어올리자면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동북아 물류 중심지의 비전과 이론적 기초를 부여하기 위해 동료들과 의논한 끝에 동북아경제포럼 한국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승윤 김만제 이종찬 고병우 박병윤 김윤형 이강진 씨 등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운영위원들은 물류 중심지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2001년 6월 유럽의 물류센터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벨기에 앤트워프, 그리고 동남아의 싱가포르, 홍콩을 시찰하고 필요한 자료를 수집했다. 시찰을 통해 물류센터의 개념에는 교통, 운수와 관련된 직접적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세계화 추세에 따라 유통, 생산, 금융, 정보, 관리, 관광 등 종합적 서비스 기능이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해 8월 동서문화센터에서 물류 중심지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고 이 회의에 참석한 외국 물류학자와 한국의 전문가들은 물류 중심지의 성공조건과 우리나라의 실정을 비교 검토하여 필요한 정책과제를 도출했다. 그해 9월 22일 김대중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운영위원 몇 사람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물류센터의 개념과 가능성을 설명하고 추진방안을 건의했다. 국제 물류 중심지 개발에 성공하자면 발상과 관행, 제도를 개혁해야 하기 때문에 물류 중심지 개발은 곧 우리 사회의 선진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 후 정부 내에 ‘동북아 비즈니스중심국가발전기획단’이 조직됐고 그 실행방안이 발표됐다. 10월 15일 재정경제부로부터 동북아경제포럼 한국위원회가 제시한 28개 정책개선 과제 중 25건은 수용가능 또는 기추진 중이라는 공문을 받았다.

2005년 동북아경제포럼 한국위원회는 ‘국제비즈니스센터(IBC)포럼’으로 개편됐고 김만제 씨가 회장직을 맡게 됐다. 지금은 부산, 전남 광양시를 위시하여 몇 군데의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됐다. IBC 포럼은 이들 자유지역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지방정부 자문에 응하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