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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음란전단지 뿌리는 순간 확 덮치죠”

입력 | 2009-06-18 02:59:00

서울시 특별사법경찰들이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서 불법 성매매 광고지 단속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의 손이 잘 닿지 않는 범죄 예방과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


서울시 특별사법경찰, 청소년보호-식품위생 등 ‘생활밀착형 단속’ 호평

행정공무원에 사법경찰권 부여 ‘사각지대’ 커버

8일 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삼성 타운 주변 골목길. ‘여대생 마사지’ ‘핫 초이스’ 등 야릇한 문구로 행인을 유혹하는 성매매 광고지들이 길가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주변 주택가에도 버젓이 뿌려진 광고지는 골목길에 주차된 자동차 창문에도 수북이 꽂혔다. 결국 이날 밤 광고지를 뿌리는 ‘알바’들과 이들을 붙잡으려는 공무원들 사이에 ‘작은 전쟁’이 벌어졌다.

○ 특사경도 ‘잠복근무’

서울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10여 명은 이날 강남역 인근에서 불법광고물 단속을 위한 잠복에 나섰다. 특사경들은 큰 가방을 들고 홀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특히 주목했다. 시 특사경 홍희영 주임은 “워낙 번개같이 뿌리고 지나가기 때문에 자주 뿌리는 곳을 골라 잠복을 하고 있다가 잡아야 한다”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가방이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20, 30대 남성들이 일단 의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한 30대 남성이 성매매 광고지를 뿌리며 지나갔다. 얘기를 나누면서도 주변을 주시하고 있었던 홍 주임은 바로 달려가 남성의 팔을 잡아챘다. 하지만 그 남성은 홍 주임의 손을 우산으로 내리치고는 냅다 달아났다. 홍 주임은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다”고 혀를 찼지만 “기필코 잡겠다”며 다시 잠복에 들어갔다.

이날은 오후 11시까지 잠복을 했지만 결국 검거에 실패했다. 비가 온 데다 최근 단속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아르바이트생들의 눈치도 빨라졌기 때문. 홍 주임은 “대포폰으로 연락하며 점조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막상 붙잡아도 ‘몸통’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생활밀착형 범죄는 우리가

특사경은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단속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특사경은 형사소송법 197조에 소속기관장 제청으로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하게 돼 있다. 서울시 특사경은 지난해 1월 전담조직을 따로 두면서 108명 규모로 출범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 내 5개 지검에서 따로 교육을 받았고 법무부에서 사법보좌관도 파견됐다. 식품위생, 환경, 보건, 원산지 단속, 청소년보호법 등 5개 분야가 업무 범위다. 주로 배달음식점, 인터넷 제수식품 사업 등 위생사각지대를 적발하고 약사면허 불법 대여 등을 단속해 검찰에 송치하거나 과태료를 내린다. 이른바 ‘삐끼’라고 하는 추행성 호객행위 단속이나 학교 주변 청소년 유해업소 정비는 물론 이날 벌인 선정성 불법광고물 단속도 이들의 몫이다. 홍 주임은 “경찰이 일일이 단속할 수 없는 생활 밀착형 불법 행위가 방치되지 않도록 커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특사경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청소년보호법 위반 143건, 식품위생법 43건 등 총 338건을 입건해 238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약사법 위반 단속도 48건에 달한다. 중앙부처와 지자체도 특사경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중앙부처 8199명, 지방자치단체 9414명 등 총 1만7613명이 특사경으로 활약 중이다. 홍 주임은 “경찰도 아닌데 왜 단속을 하느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최근에는 알아보는 분이 늘어나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사경의 활동이 생활 곳곳으로 파고들면서 시민들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매일 강남역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심예현 씨(27·여)는 “저녁에 퇴근할 때면 성매매 광고지들로 난잡해져 불쾌하곤 했는데 요즘은 선정적인 광고물도 비교적 많이 줄고 거리가 깨끗해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