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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 달래주는 ‘옛집의 추억’

입력 | 2009-06-18 02:59:00


벽돌-목재 재활용… 새로 태어난 상도동 골목집

2006년 겨울, 한 부부가 NIA 건축사무소를 찾아왔다.

최종훈 소장의 절친한 대학 동아리 후배였던 이들은 오래 머물러 살아온 서울 동작구 상도동 집을 허물고 저렴한 철골구조 주택을 새로 지으려던 차였다. 건축주의 부친이 손수 지은 정든 집이었지만 비가 새는 곳을 수리하는 것도 이제 한계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최 소장은 “사연 깊은 헌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는다면 두 사람의 아이에게 흐뭇한 마음으로 물려줄 때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문제는 비용. 평범한 회사원인 건축주 부부의 여력을 고려해 최 소장은 사용 가능한 최적의 재료에 대해서 오래 고민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완공한 이 ‘상도동 골목집’은 결코 ‘저렴해’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는 마감 재료는 스틸이 아닌 붉은 벽돌과 나무. 단층 주택과 홀쭉한 상가 건물이 혼재한 골목에 이 집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안정감을 더했다.

하늘을 올려다볼 오픈 스페이스라고는 오직 좁은 골목길뿐인 듯한 느낌의 빽빽한 주택가. 이 집의 목재 마감 외벽은 벽돌 담장 위로 다소 생뚱맞게 솟아 있다. 오각형의 수직단면을 가진 뭉툭한 나무 매스가 얼핏 골목에 뜬 ‘방주’처럼 보인다.

“나무는 특이한 재료가 아니죠. 하지만 이 골목 안에서 나무로 감싼 벽체는 미묘한 이질감을 자아냅니다. 다닥다닥 붙어 앉아 돌과 금속으로 서로 가리고 막아 놓은 환경이라 그럴 겁니다.”

최 소장은 길에 면한 벽돌담 높이를 낮춰 담장 너머 생활을 넌지시 건너다볼 수 있게 했다. 건물 외벽은 담장에 바짝 붙였다. 재료와 내부 공간 구성을 새롭게 하면서 옛집이 서 있던 모양새는 유지해 낯선 느낌을 덜어낸 것이다. 옛집을 해체하면서 얻은 벽돌과 기와, 목재도 부분적으로 재활용해 ‘기억의 여지’를 남겼다.

1층은 건축주 부부, 2층은 두 아이의 공간이다. 계단실과 발코니에 각각 마련한 커다란 천창은 영역을 구분하되 생활은 단절하지 않으려 한 장치다.

이 집의 인상을 결정지은 목재는 아이들을 고려한 재료이기도 하다. 아토피성 피부염에 시달리는 두 아이를 위해 나무뿐 아니라 거의 모든 재료에서 화학적 성분을 최대한 줄였다. 페인트는 천연 재료로 색을 낸 제품을 골랐고, 목재는 본드로 접착하지 않은 자작나무 널판을 사용했다. 접착제로 이어 붙인 온돌 마루가 아니라 천연수지인 리놀륨을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목재는 값싼 재료가 아니죠. 직접 목공소를 찾아가 ‘재단 작업이 끝나고 남겨진 자투리 재료를 모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웃음) 시공 업체와도 현장에서 의논하면서 아이디어를 내 설계를 조정한 부분이 많아요. 집짓기가 원체 공동작업이지만 이번에는 비용과 용지 등 제약 조건이 만만찮아서 정말 여기저기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