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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왼발, 한국축구 자존심 지켰다

입력 | 2009-06-18 03:00:00

캡틴의 포효 한국 축구의 영웅 박지성(오른쪽)이 0-1로 뒤진 후반 36분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 있다. 왼쪽은 이란 골키퍼 세예드 라마티. 홍진환 기자


이란전 회심의 동점골… 무패로 월드컵 본선 진출

2월엔 후반35분… 어제는 후반36분… 이란 두번 울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때문에 이란이 두 번 울었다.

2월 이란 테헤란 아지디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한국과 이란의 B조 4차전. 한국은 후반 12분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35분 기성용의 프리킥이 골키퍼에게 막히자 박지성이 문전으로 쇄도해 동점골을 만들었다.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인 8차전은 그날의 판박이였다. 한국은 후반 6분 선제골을 허용한 뒤 후반 36분 박지성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1-1로 비겼다.

한국은 이날 무승부로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4승 4무(승점 16점)를 기록해 조 1위로 아시아 최초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은 3차 예선 성적을 합쳐 7승 7무를 거두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 무패(9승 2무) 이후 두 번째 예선 무패를 기록했다. 반면 이란은 2승 5무 1패(승점 11점)로 예선탈락 위기에 몰렸다.

이날 양 팀은 서로의 전력을 탐색이라도 하듯 전반 초반까지 슛을 한 번도 날리지 못했다. 첫 슈팅은 한국이 터뜨렸다. 전반 12분 프리킥 기회에서 기성용이 골대 위쪽을 노리고 찬 슛은 아슬아슬하게 골대 위를 벗어났다.

이 슛을 시작으로 양 팀은 활발한 공격을 퍼부었다. 한국은 투 톱으로 나선 이근호(주빌로 이와타)와 박주영(AS 모나코)이 이란 문전을 헤집으며 상대 수비수를 괴롭혔다. 이에 질세라 이란도 몇 번의 결정적인 기회를 잡으며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하지만 골키퍼 이운재(수원 삼성)가 선방하며 위기를 넘겼다.

선제골은 이란의 몫이었다. 후반 6분 이란 모하마드 노스라티가 올린 크로스를 골키퍼 이운재가 수비수가 엉키는 사이 마수드 쇼자에이의 몸을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순간의 방심이 부른 뼈아픈 실점이었다.

선제골을 허용한 한국은 이후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후반 21분 박주영의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나오며 행운은 비켜가는 듯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란 방문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박지성이 있었다. 박지성은 후반 36분 골문으로 쇄도하며 문전에서 이근호와 1대1 패스를 한 뒤 강력한 슛을 날려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 골은 허정무 감독에게 값진 기록을 선사했다. 허 감독은 2007년 12월 지휘봉을 잡은 뒤 이듬해 1월 칠레와의 평가전 패배 이후 24경기 연속 무패(11승 13무) 행진을 질주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