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아름다움 알린 최고의 대회
장애인스키대회 후원도 같은 취지
‘슬림한 조직 운영’ 경영의 제1원칙
“국민이 낸 돈 쓰는데 허리띠 졸라야”
10년간 세금 등 3조5000억원 환원
고용 창출 · 생활 환경 개선 자부심강원 삼척시, 영월군, 정선군 일대에서 펼쳐진 세계 철인들의 대장정, 2009 하이원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를 후원한 하이원리조트 최영(57) 사장은 밝은 표정이었다.
이번 대회가 자연과 인간의 대립이 아닌 진정한 ‘조화’의 모습으로 치러진 덕일 것이다. “강원도 남부의 아름다운 속살을 세계에 탁 까놓고 드러내는 일 아닙니까. 만항재가 어떻고 화절령이 어떻고 말로 아무리 설명해 봐야 소용이 없지요. 그런 점에서 이번 트라이애슬론대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경기에 감동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강원도의 풍광을 접하게 된 거지요. 강원도뿐만 아니라 회사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최영 사장과 인터뷰를 가진 곳은 국제트라이애슬론 대회 개막식과 시상식이 열린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호텔에서였다. 둥근 테이블이 놓인 회의실 분위기의 방으로, 탁 트인 창밖의 전경이 시원했다. 최 사장의 뒤편으로는 하이원CC의 그린이 햇살 아래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 하이원리조트는 호텔, 콘도, 골프장, 스키장 등 각종 레저시설을 갖춘 종합리조트지요. 평소 운동, 레저에도 조예가 깊으실 것 같습니다만.
“운동은 잘 못 합니다. 보는 걸 즐기지요. 사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종목은 꽤 됩니다. 그런데 회사 사장이 되어 이래저래 책임을 맡다보니 플레이할 시간보다는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더군요. 결국 운동하는 일을 포기하게 됩디다.”
최영 사장은 CEO들이 골프를 치는 데 대해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사장들은 골프를 쳐야 한다고 본다. 심신을 단련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야 일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하이원리조트는 트라이애슬론대회 외에도 바둑, 골프, 스키대회 등 다양한 문화·체육 행사를 적극 후원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을 하시는지요?
“기업이 지역사회에 대해 일정 부분 기여하는 일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사회적 환원 차원이지요. 그런데 간혹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지역사회에 기여를 하면서 강원도 지역이 소개되는 경우지요. 저는 이런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라고 봅니다.
여자 골프대회와 국제 장애인스키대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장애인 스키대회에 대해서는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영 사장은 지난 4월 대한장애인스키협회 제5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협회에서는 엘리트로 육성하는 선수들이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열리는 국제장애인스키대회에서 메달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올 3월 하이원리조트 사장으로 취임한 최영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고강도 내부 인사를 단행해 언론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기본적으로 모든 조직은 슬림해야 합니다. 경영의 제1원칙이지요. 가장 적은 재원으로 같은 효율을 내거나, 같은 재원으로 더 많은 효율을 얻어야 합니다. 모든 CEO들의 고민이 바로 이것입니다. 강원랜드가 10년 간 잘 해 왔지만 전체적인 구조로 봐서는 슬림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장으로 취임해서 보니 어떤 일을 어느 부서에 맡겨야 하는지를 알기 어려웠다. 조직이 과대하다는 증거였다. 6본부 14실 52팀의 기존조직을 3본부 9실 37팀으로 줄였다. 하지만 최 사장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다. 경기와 관련 없이 앞으로도 조직을 가볍게 하기 위한 작업은 계속 진행할 것이다. 강원랜드와 하이원리조트는 국민의 돈을 쓰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 강원랜드가 올해 매출목표를 10%% 가량 낮춰 잡았다고 합니다. 현재 상황이 많이 안 좋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도 카지노 매출이 전체적으로 감소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강원랜드와 하이원은 유지를 하고 있지요. 왜 그럴까요? 전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과 의식에 비추어볼 때 카지노 규모가 너무 빈약하다는 겁니다. 절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거지요. 혹여 매출이 감소된다고 해도 내부 경영합리화 쪽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다행히 올해는 매출 신장까지는 몰라도 현상 유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하이원이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공식적으로는 세금혜택, 폐광 지원기금 같은 것들이 있지요. 지난 10년 동안 세금을 포함해서 3조5000억 원 정도가 지역사회를 위해 쓰였습니다. 고용인원도 60%%가 지역에 국한되어 있지요. 용역 역시 지역주민에게 맡깁니다. 실질적으로 폐광이었던 이곳은 천지개벽을 했다고 봅니다. ‘탄광지역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긍정적 사례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경우입니다. 큰 가치가 있지요. 외국에도 몇 군데 성공 사례가 있긴 하지만 아주 드뭅니다. 100여 곳이 시도하면 서너 군데 정도가 성공했습니다. 더욱 기쁜 일은 자연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무가 자라고, 숲이 울창해지고 있습니다. 물이 맑아지고 있지요. 채탄 이전 정선의 모습이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최영 사장은 최근 태백시의회와 지역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지역주민들의 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고 있다. 물론 기업과 지역주민의 생각이 정확히 일치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평행선이 그어지고 있다.
최영 사장은 그 접점을 맞춰나가는 과정을 중시한다. 최영 사장에게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과거의 환영에 사로잡혀 있는 일부 주민들이다. 전성기의 탄광지역은 그야말로 ‘돈이 움직이는’ 곳이었다. ‘천원짜리는 개도 안 물어간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돈이 흔한 곳이었다.
그러나 석탄의 수요가 사라지고, ‘검은 황금’을 캐던 탄광들이 잇달아 폐광되면서 4만5000여 명까지 갔던 인구는 이제 만 명이 조금 안 되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강원랜드가 왔다고 해서 경기가 나아진 게 없다’고 한다. 과거는 추억이 되고, 추억은 착시를 일으키기 쉽다. 최영 사장은 채광 시절과 현재를 단순히 경기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사람 사는 환경이 달라졌고, 자연이 돌아왔다. 최영 사장이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지역주민들의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지요.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아무래도 난관이 많습니다. 계속 노력을 해 나가야 할 사항이지요. 4개 시 군, 강원도와 지역2단계 사업에 대해 합의를 본 것이 있습니다. 사업의 방향과 진척도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 임기 중 ‘이 일만은 꼭 해내고 싶다’하는 사업이 있으신지요?
“하고 싶은 일이야 너무 많지요, 하하! 무엇보다 하이원리조트가 더욱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카지노의 이미지를 벗어나 아시아를 대표하는 종합관광리조트로서의 하이원이란 브랜드로 말이지요. 스키장의 경우 일정한 시즌에만 운영되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연중 즐길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정부의 몫이긴 합니다만 하이원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이 좀 더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이 짜이고 하면… 하하! 그때는 저도 홀가분하게 집에 갈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정선ㅣ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최영 사장 프로필
강릉고 졸 고려대 행정학과 졸
제20회 행정고시
서울시청(서울대공원관리사무소) 국장.
동작구청 부구청장
서울시청(문화관광국) 국장
강서구청 부구청장
서울시청(산업국) 국장
서울시청(경영기획실) 실장
SH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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