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한 달 가까이 1,400 부근에서 횡보하고 있다. 불과 4개월 만에 50%나 폭등했으니 당연히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증시가 잠시 재충전하는 동안 연초 이후 5개월을 돌이켜보면서 투자의 상식에 대한 오래된 격언을 다시 새겨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첫 번째 격언은 위기에 주식을 사라는 말이다. 지난해 10월 위기가 극에 달했을 때부터 올해 3월 위기설이 진행되는 기간에 주식을 샀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위기에 주식을 사서 손해 본 예는 거의 없다. 물론 너무 일찍 투자해 타이밍이 좋지 않은 경우는 있지만 또 다른 증시의 격언인 분할매수와 분할매도 원칙을 지켰다면 지금쯤 매우 좋은 결과를 보고 있을 것이다.
증시는 환희 속에 사라지고 공포 속에 시작된다는 격언도 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모든 투자자에게 확실한 증시는 추가 수익을 내기 힘들다. 공포 속에서 몇 가지 긍정적인 징후가 나타나고 있을 때가 투자의 적기다. 올해 ‘3월 위기설’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을 때 금리는 사상 최저였고 정부는 결사적으로 경기부양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달러당 1500원까지 상승한 원-달러 환율은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외환위기 이후 최고로 만들었다. 아무리 글로벌 경기가 나빠도 이 정도 환율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제품을 사갈 시장은 있다. 한국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회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연초 이후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마지막 격언은 전문가의 말을 신뢰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다. 연초는 말할 것도 없고 올해 3월까지도 대다수 전문가들이 현금 보유가 최고의 전략이라고 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몇 년을 더 갈 수 있으니 현금 보유가 왕이라고 주장했다. 코스피가 1,000을 가리킬 당시 주식을 팔고 펀드를 환매해 안전한 고정금리 상품으로 옮기라고 권유했다. 전문가들도 환경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24시간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종종 일반투자자들보다 오히려 민감하게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전문가 다수의 말과 반대로 투자할 때 승률이 높다는 씁쓸한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정답이 나온 지금 많은 투자자가 안타까운 복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정답을 보면 쉬운 일인데 그때는 왜 그렇게 망설이고 불안해했을까. 그러나 그건 인간 본연의 심리다. 또 이 심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 왜 부자의 수가 적은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아마 미래에 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당신은 여전히 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 설마 삼세판인데 다음에는 다를 것이라고? 글쎄.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