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한우는 고기 값이 다른 고급브랜드 한우에 비해 kg당 1만 원, 일반한우에 비해 2만 원 정도 비싸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기로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가 됐다. 그렇지만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짝퉁’ 횡성한우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번엔 횡성의 D농협이 횡성에서 10∼120일 키운 타 지역 한우를 횡성한우로 속여 팔다가 적발됐다. ‘횡성한우를 꼭 확인하세요’라는 광고판까지 내걸고 서울 등지의 농협지점 직거래판매장에서 1년이 넘게 팔아왔다니 소비자들이 배신감을 느낄 만하다.
▷당초 횡성축협이 1995년부터 적용한 횡성한우 기준은 ‘횡성에서 태어난 지 6개월 이내에 거세된 수소 1등급 고기’였다. 그런데 작년부터 횡성에서 일정기간 키운 한우까지 횡성한우라는 이름으로 농협을 통해 공급됐고 횡성군은 올가을에 이 기준을 조례에 명문화할 계획이었다. 횡성군은 “횡성한우는 육즙이 풍부해 감칠맛이 나고 부드러우며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는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고 자랑해왔는데 일반한우를 몇 개월 횡성에서 키워 횡성한우로 바꾸는 비법이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붙은 농산물을 선호한다. 쌀 감자 등 농축산물에 붙은 브랜드는 2006년 6600개였고 지금은 더 많아졌다. 하지만 브랜드 관리가 제대로 안되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횡성군은 횡성한우 기준을 넓혀 공급을 늘리고 종전 기준의 진짜 횡성한우를 ‘명품’으로 격상시켜 돈을 더 벌고 싶겠지만 ‘물타기’ 후에도 소비자들의 신뢰와 브랜드 값을 유지할 수 있을까.
▷12월부터는 지역적 특성을 가진 농산물과 가공품이 지적재산권으로 인정된다. ‘보르도 와인’ ‘비엔나 소시지’처럼 지명 자체가 상품가치와 직결되는 경우 지명표시 권리가 보호되는 것이다. 짝퉁에 대한 형사처벌도 강화된다. 현재 등록된 지리적 표시는 횡성한우 보성녹차 충주사과 이천쌀 등 77개다. 농산물시장 개방 폭이 넓어지는 가운데 세계적 상표로 가꿀 수 있는 후보들이다. 생산자들이 이들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당장의 판매 확대보다 그 브랜드를 붙인 물품의 원산지 및 품질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