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이거다’ 싶은 감이 왔다. 그걸 찾았으면 그 다음엔 몸에 기억시키는 게 중요하다.”
LG 박용택(30)은 18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박용택이 찾은 ‘그것’이란, 제 몸에 맞는 최상의 타격폼. 데뷔 이후 꾸준히 평균 이상은 하는 선수였지만 올해처럼 눈부신 적은 없었다. 그는 “사실 전지훈련 때부터 감이 좋았는데, 개막 이후 혼자 훈련하다가 갑자기 최고의 폼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노력을 보탰다. “기본만 해서는 안 된다. 타격코치의 지도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신만의 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설명. 후배들도 다들 인정한 ‘연습벌레’다운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갈수록 위력적이다. 박용택은 이날 5타수 4안타를 몰아치면서 시즌 첫 타격 1위(0.387)로 올라섰다. ‘타격기계’라던 김현수(두산)도, ‘타격의 신’이라던 페타지니(LG)도 제쳤다.
1회 첫 타석부터 기세를 올렸다.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큼직한 2루타. 다음 타자 이대형의 투수 앞 번트 안타로 3루를 밟은 박용택은 한화 선발 정민철의 실책을 틈타 선제득점까지 올렸다. 그리고 3회에는 다시 중전안타. 그래도 가장 값진 안타는 5회에 나왔다. LG가 3-4로 뒤진 5회 무사 2루. 박용택은 한화 선발 정민철의 시속 140km짜리 직구가 몸쪽으로 높게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9호포. 2003년부터 이어오다 지난해 아쉽게 끊겼던 두 자릿수 홈런이 다시 눈앞이다. 게다가 8회 마지막 내야안타로 출루한 후에는 이대형과 함께 더블스틸에 성공하면서 빠른 발도 자랑했다.
박용택은 경기 후 “올해는 감이 떨어지더라도 슬럼프가 길어지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자신감 덕분인 것 같다”면서 “지난주 장염에 몸살까지 겹쳐 힘들었는데 13일(잠실 SK전) 3안타를 치면서 다시 밸런스를 찾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또 “시즌 중반에 타격 1위에 오른 건 처음이다. 아직 김현수, 페타지니, 김동주(두산) 같은 선수와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올해 열심히 해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면서 “내심 생애 최초의 리딩 히터 욕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멋쩍게 웃었다.
대전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사진 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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