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주 승리투…‘불쇼악연’ 끊어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묘하게 이 팀만 만나면 꼬이고 잘 안 풀린다’는 느낌이 드는 상대가 있다. KIA에게 두산이 꼭 그런 존재다.
KIA는 18일 잠실 두산전에서 초반 손쉬운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해 끌려가다 힘겹게 재역전승했지만 올 시즌 상대전적에선 아직까지 3승8패로 열세에 몰려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6위를 했던 KIA가 당시 2위였던 두산과 상대전적에서 9승9패, 호각세를 이뤘던 걸 떠올리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성적이다.
KIA가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팀은 두산이 유일하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탄탄한 선발 마운드를 밑바탕 삼아 두산, SK를 위협하는 ‘3강 대열’에 올라선 KIA로선 두산전 열세가 뼈아프다. 특히 마운드의 핵으로 볼 수 있는 선발 윤석민과 마무리 한기주가 올 시즌 유독 두산전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KIA로선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다.
윤석민은 시즌 개막전이었던 4월 4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 5이닝 6실점으로 패전 멍에를 썼다. 1-1 동점이던 5회 2사 만루서 김동주에게 싹쓸이 2루타를 얻어맞았는데, 당시 중견수였던 이용규가 ‘평상시처럼만 제대로 수비를 해 줬다면’ 주지 않아도 될 점수였다.
두 번째 등판이던 6월 4일 광주게임선 6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고, 17일 잠실 경기에선 6.2이닝 3실점, 승리 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에서 내려갔지만 불펜 난조로 승리가 날아가버렸다.
한기주와 두산의 악연은 더 질기다. 한기주는 4월 21일부터 이틀 연속 두산전 마무리로 등판했다 불쇼를 펼치며 연이틀 역전패 악몽에 울었다. KIA로선 다 이겼던 경기가 이틀 연속 날아갔고, 한기주는 그 충격으로 한동안 마무리 보직을 떠나 있어야 했다.
17일 윤석민의 승리가 날아간 것도 한기주 때문이어다. 그러나 이번에는 구위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었다. 야수들이 도와주지 않았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 2-2 동점이던 9회말 1사 후 마운드에 오른 한기주는 4번 김동주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는데, 기록상으론 안타였지만 사실상 중견수 최용규 에러나 다름없었다. 후속 김재호의 빗맞은 타구는 데굴데굴 굴러 베이스를 맞고 내야안타가 됐고, 2사 만루서 김진수에게 맞은 끝내기 안타 역시 미세한 불규칙 바운드가 원인이었다.
올 시즌 두산과의 얽힌 실타래에 대해 KIA 내부에선 “잡을 게임을 제대로 잡았다면 두산에 3,4승은 더 했을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 3위가 아니라 1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범현 감독은 18일 게임에 앞서 “곧 풀리겠지. 풀려야지”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답답한 마음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KIA는 이번 주중 3연전을 결국 2승1패로 마감했다. 적잖은 의미가 담긴 결과다. 특히 18일 한기주는 8회 무사 1루서 등판, 위기를 막은 뒤 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까지 됐다. KIA는 윤석민과 한기주, 두 핵심 투수가 관련된 두산과의 얽힌 실타래가 이번 주중 3연전을 계기로 시원하게 풀리길 바라고 있다.
잠실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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