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92개 공공기관장에 대한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박명희 한국소비자원 원장, 김동흔 한국청소년수련원 이사장,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정효성 한국산재의료원 이사장 등 4명의 해임을 건의했다. 박 원장을 제외하면 모두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기관장이다. 198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관장의 경영평가 결과 공개와 함께 해임 건의를 한 것은 2001년 박문수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 이후 처음이다.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방송광고공사 등 경영성과가 부진한 17개 기관의 장들은 경고를 받았다. 정부는 다음 평가에서 또 경고를 받을 경우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이번 경영평가는 공공기관장들에게 1년마다 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경영계약을 맺도록 하는 ‘공공기관장 계약경영제’에 따른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평가 결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공기업 선진화를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을 이끌어내려면 무엇보다 해임 건의된 기관장을 신속히 교체하고 성과급 차등지급 등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 기관별 평가등급과 내용도 공개하고 피평가 기관과 기관장이 그 내용을 수용해 경영개선 대책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기관장이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해임 건의 및 경고 대상 기관에서만 제외되기 위해 재주를 부리고 이것이 통한다면 평가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과거 정부에서 빈번했던 낙하산 경영진과 노조 측의 이면(裏面) 합의 및 이익 나눠먹기 고질병도 이번 경영평가를 계기로 사라져야 한다. 석탄공사처럼 부실이 만성화됐으면서도 이면 합의와 거짓보고를 밥 먹듯이 하는 공공기관이 왜 해임건의 대상에서 제외됐는지 의문이다. 공공기관장과 노조가 담합해 만든 탈법 단체계약을 밝혀내지 못하고 용인하는 경영평가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6차에 걸쳐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민영화, 통폐합, 기능 조정, 자산 매각, 인력 감축, 자회사 매각 통폐합 및 경영효율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10월경으로 예정된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 외에는 구체적인 결과가 없어 공기업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경영평가를 계기로 공기업 개혁에 속도를 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