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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정안]‘아시아 대망론’의 열쇠 한국이 쥐고있다

입력 | 2009-06-20 02:59:00


“아시아, 타석에 들어서다(Asia, step up to the plate).” 18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회의에서 만난 참가자들이, 아시아인과 비(非)아시아인을 가리지 않고 입을 모아 외쳤던 말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된 분위기를 시원스럽게 날려버릴 ‘홈런타자’ 역할을 아시아 국가들이 할 수 있다는 아시아인들의 자신감과 비아시아인들의 기대가 일치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는 아시아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고 책임 또한 무거워졌다는 데 대해 누구도 이견을 내놓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던 지난해 WEF 동아시아회의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였다. 말레이시아 회의 때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아시아 경제가 입을 타격에 대한 걱정으로 분위기가 무겁게 짓눌려 있었다.

1년 만에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데는 미국이나 유럽이 경기침체의 여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부 아시아 국가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행사장에서 만난 국내외 아시아 전문가들은 “아무런 노력도 없이 아시아의 위상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선진 7개국(G7) 대신 아시아가 주도하는 ‘주요 20개국(G20)’이 세계경제 질서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집안 정돈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자면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을 포함한 지역 내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한국 중국 일본 3국 간의 과거사 문제가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내 경제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AMF 리더십을 놓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면서 양국의 주도권 다툼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8일 만난 래젯 내그 아시아개발은행(ADB) 사무총장은 ‘아시아의 두 얼굴’을 걱정했다. 경기침체의 먹구름이 가뜩이나 심각한 아시아의 빈부 격차를 더 심화시켰다는 설명이다. 내그 사무총장에 따르면 호주와 뉴질랜드를 제외한 2008∼2009년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경제위기로 인해 아시아 지역의 6000만 명이 빈곤탈출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아시아 대망(待望)론’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내년에 G20 의장국이 될 한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은 아시아의 지역 분쟁이나 빈곤문제 해결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이번 회의에서 만난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주문이자 기대였다.

김정안 산업부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