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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트위터

입력 | 2009-06-20 02:59:00


20년 전인 1989년 6월 4일 중국 대학생들은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모여 정치적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했지만 탱크를 앞세운 진압에 좌절했다. 그 역사적인 톈안먼 사태를 세계가 알게 된 것은 팩시밀리를 통해서였다. 당국이 언론과 모든 통신매체를 통제한 가운데 학생들은 팩스로 서방에 상황을 전했다. 미국 대학생들은 이에 대한 서방언론의 보도내용을 다시 팩스로 중국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그래서 톈안먼 사태는 ‘팩시밀리 혁명’으로도 불렸다.

▷1991년 6월 슬로베니아가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유고가 침략했다. 슬로베니아 대학생들은 유고 군인들의 잔혹행위와 민간인 학살을 e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서방에 알렸다. 인터넷 기술이 지금 수준으로는 발달하지 않아 영상은 보낼 수 없었지만 내전의 참상을 전파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유고에 분노하는 국제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유엔이 개입해 내전을 종식시켰다.

▷12일 실시된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지지자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대선 무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인터넷 ‘트위터(twitter)’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며 세력을 확대했다. 2006년 미국에서 시작된 트위터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해 140자 내외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인터넷 단문(短文) 메시지 서비스다. 이란 정부는 외신 기자를 추방하고 위성방송을 청취할 수 없도록 방해 전파를 쏘고 웹사이트를 차단했지만 시위대에 대한 발포(發砲) 소식은 트위터를 타고 순식간에 이란 전역과 세계로 퍼져나갔다.

▷미국 보스턴글로브지 최근호에는 ‘트위터 열풍’에 대한 만평이 실렸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노트북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든 시위대를 보고 “기자들을 모두 추방하라”고 명령하자 부하직원이 “시위대 모두가 기자들”이라고 하는 내용이다. 과거에 독재나 전체주의가 가능했던 것은 언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를 그물망으로 연결시킨 정보기술(IT)은 정부가 아무리 통제해도 빛처럼 빠르게 정보를 확산시킨다. 트위터사(社)는 수리를 위해 90분 동안 서비스를 중단하려다가 미 국무부의 우려 표명에 연기했다. 이란 정부와 트위터의 대결이 볼만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