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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명화속 여인들 어떤 보석 탐했나

입력 | 2009-06-20 02:59:00

앵그르가 그린 ‘무아테시에 부인’(1851년) 중 팔 부분을 확대한 모습. 사진 제공 이다미디어


◇그림에서 보석을 읽다/원종옥 지음/384쪽·1만6000원·이다미디어

‘메리 1세의 초상’(1554년)을 비롯해 16세기 영국 여왕 메리 1세를 그린 많은 초상화에는 ‘라페레그리나’라고 불리는 커다란 진주목걸이가 자주 보인다. 17.56×25mm 크기의 이 진주는 원래 스페인 왕실의 보석이었는데 스페인의 펠리페 2세가 메리 1세와 약혼하며 선물했다. 메리 1세가 사망한 뒤 이 진주는 다시 스페인 왕실로 돌아오고 그 뒤 250여 년간 스페인 왕비의 초상화에서 종종 나타난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진주로 꼽히는 라페레그리나는 ‘방랑자’라는 뜻처럼 수백 년간 스페인, 영국, 프랑스 왕실을 전전하다 1969년 다시 세간의 화제가 됐다. 라페레그리나를 구입한 미국 배우 리처드 버턴이 당시 아내였던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생일 선물로 준 것이다. 테일러는 보석회사 카르티에에 세팅을 의뢰했고, 이 보석은 메리 1세의 초상화에서 영감을 얻어 목걸이로 재탄생했다.

초상화를 통해 당대의 유행과 보석 세팅 기술도 엿볼 수 있다. 진주는 16세기부터 유럽에서 크게 유행했는데 이 무렵 영국의 엘리자베스 스튜어트 공주의 초상화에는 드레스는 물론이고 머리까지 진주 장식으로 가득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초상화에 나타난 다이아몬드 장식은 광채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에 다이아몬드 커팅 기술이 미흡했음을 보여준다.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살려주는 커팅 기술인 ‘로즈 컷’은 17세기 초에 나왔다.

앵그르가 그린 ‘마담 드 세농의 초상’(1816년)에 등장하는 여인은 손가락마다 다이아몬드, 루비, 페리도트, 아콰마린으로 장식한 반지들을 주렁주렁 끼고 있다. 이뿐 아니라 19세기 초 다른 초상화에서도 붉은색, 푸른색, 초록색 등 여러 색의 보석을 한꺼번에 착용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당시 유럽에서 크게 유행한 스타일이었다.

이 책은 각 달을 상징하는 탄생석을 기준으로 해당 보석이 등장하는 명화를 소개한다. 명화 속에 나타난 보석을 조명하고 그 보석에 얽힌 뒷이야기, 그리고 그 보석을 착용하고 있는 인물의 사연을 다뤘다. 남편이 죽은 뒤 상복을 입어야 했던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착용하면서 ‘애도의 보석’으로 유명해진 검은 장신구 제트, 불임을 막아준다는 믿음 때문에 인기를 모았던 산호 등 다양한 보석을 화려한 사진과 함께 실었다. 세종대 화학과 교수인 저자는 레이저로 활용되는 루비, 고급 시계 유리용으로 쓰이는 사파이어 등 보석들이 어떻게 응용되는지 등 광물로서의 보석 이야기도 곁들였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