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재창조/조너선 색스 지음·서대경 옮김/520쪽·2만2000원·말글빛냄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문명사회에서 사회 구성원의 의사에 반한 권력의 행사가 정당화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다른 이들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할 때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 자유주의 사회의 근간이다. 그러나 영연방 유대교 최고지도자인 저자는 오늘날 사회를 하나로 묶는 공유된 가치 체계인 도덕적 기반이 사라지고 저마다 이익과 권리를 주장하는 자유만 남았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전통적 도덕적 기준이 없는 자유는 특정 집단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전락하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배려가 없다. 자연히 상대를 공격하고 조롱하는 폭력이 생겨난다. 논쟁자의 주장을 비판하지 않고 논쟁자를 인격 모독한다. 저자는 200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자신을 희생자로 여긴 점을 예로 든다. 어느 사회나 소외되고 무시당하는 집단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시민사회가 감싸 안아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도덕적 규범이 사라진 사회는 희생자의 문제까지 특정 집단의 문제로 정치화해 이용한다.
저자가 미래지향적 사회의 모델로 제시하는 것은 진정한 통합을 이룬 다문화사회다. 저자는 현재의 다문화사회는 각 인종과 민족이 집단적 권리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것으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그는 진정한 다문화사회는 각 문화가 전체 사회의 공공선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