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단독]北, 김일성 찬양 재개로 ‘손자’ 띄우기

입력 | 2009-06-20 02:59:00


신격화된 김일성 혈통 강조

‘김정운 노래’ 보급에도 주력

북한이 대대적인 김일성 찬양에 다시 나섰다. 김일성 찬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기반이 확고해지면서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혁명 혈통’을 잇는 3대 세습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다시 등장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대북 소식통들은 19일 지난주 북한을 방문한 10명 안팎의 외국인 대북 전문가와 평양 주재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최근 변화를 이같이 전했다.

우선 북한에서 김일성 찬양 간판이 눈에 띄게 늘었다. 평양 시내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혁명사상 만세’ 등 김일성을 찬양하는 표어가 여러 곳에 내걸렸다. 거리 곳곳에 세워진 김정일의 ‘선군정치’ 찬양 표어도 빠르게 김일성 찬양 구호로 바뀌고 있다. 또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언론매체엔 최근 ‘백두의 혁명전통 계승’ ‘만경대 가문’ 등 ‘김일성-김정일-김정운’으로 이어지는 혈통을 강조하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김일성 찬양은 김 국방위원장이 1997년 3년 탈상을 마치고 유훈통치를 끝내면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2년 7월 김 위원장이 자본주의적 요소를 일부 도입한 경제관리조치를 내놓으면서 아예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북한 정권은 당시 각 가정에 비치된 김일성 저작물을 일부 회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김일성 찬양이 최근 들어 다시 는 것은 김 위원장이 인민들에게 ‘김정일의 아들’이 아니라 ‘김일성의 손자’에게 권력을 물려준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자신보다 훨씬 추앙받고 신격화된 김일성에게 의탁해 3대 부자세습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북한 인민들은 후계자로 내정된 정운을 거의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을 뜻하는 ‘김 사령관’ 또는 ‘김 대장’이라는 호칭이 담긴 노래가 학교 및 직장에서 보급되고 있지만 일반 주민은 ‘김 대장’이 김정운을 지칭한다는 사실조차도 잘 알지 못한다는 것.

한편 북한 정권은 최근 핵과 미사일 보유에 대한 선전활동도 크게 강화했다. 지난주 방북한 외국인들은 평양의 대형 경기장에서 1만여 명이 핵과 미사일 모양을 카드섹션으로 만드는 장면을 목격했다. 핵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지방 단위의 군중대회도 잇달아 열고 있다. 대북 소식통들은 핵 보유를 김 위원장의 최대 치적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초부터는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150일 전투’도 북한 전역에서 고강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지난주 평양과 백두산 삼지연을 잇는 도로를 따라 여행한 외국인들은 곳곳에서 ‘150일 전투’ 관련 구호와 전투에 동원된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외부에 비치는 호전적 태도와 달리 최근 북한 내부에서는 군인 이동 등 전쟁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