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왼손은 비주류? 야구선 왼손이 주류!

입력 | 2009-06-20 02:59:00


다승 - 타격 5걸중 각각 3명 차지… 왼손 전성시대
“희소성 큰 무기” 고교선수들도 우투좌타자 늘어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1990년대 중반 그룹 ‘패닉’이 부른 ‘왼손잡이’의 가사 일부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을 꼬집었다. 인구의 10% 안팎으로 추정되는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 중심 사회에서 불편한 게 많다. 하지만 왼손이 환영받는 곳이 있다. 심지어 오른손잡이에게 왼손을 쓰게 만든다. 바로 야구다.

○왼손잡이 프로야구 477명 중 30% 불과

올해 프로야구 등록 선수 477명 가운데 왼손잡이(좌투좌타)는 105명(22%)이다. 우투좌타 45명(9%)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30% 남짓이다. 하지만 왼손잡이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19일 현재 다승 톱5 가운데 이현승(히어로즈) 김광현(SK) 류현진(한화) 등 3명이 왼손 투수다. 타격 톱5에도 박용택, 로베르토 페타지니(이상 LG) 김현수(두산) 등 3명이 왼손 타자다.

야구에서 왼손은 유리한 점이 많다. 희소성이 크다. 왼손 투수는 1루를 보면서 투구하기 때문에 도루를 덜 내준다. 왼손 타자는 오른손 타자에 비해 1루까지 거리가 짧기 때문에 안타를 기록할 확률이 높아진다. 프로 출범 이후 27년 동안 왼손 타자(스위치히터 제외)는 16차례나 타격왕을 차지했다.

재미있는 것은 왼손 타자 가운데 상당수가 오른손잡이라는 점이다. 박용택과 김현수가 그렇다. 둘은 공을 던질 때는 오른손을 쓰는 우투좌타다. 19일 현재 타격 선두 박용택은 고명초등학교 시절 최재호 감독(현 신일고)이 발이 빠르다는 이유로 왼손 타석에 세웠다. 박용택이나 김현수는 타격할 때를 빼놓고는 오른손을 쓴다. 엄밀히 말하면 왼손잡이의 전성시대라기보다는 ‘왼손 전성시대’인 셈이다.

○한화 투수 류현진은 좌투우타

1996년 국내 프로야구의 우투좌타 선수는 10명으로 전체의 2%에 불과했다(표 참조). 올해는 45명으로 10%에 육박한다. 타자 가운데는 244명 중 33명이 우투좌타로 14%다. 우투좌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고교야구에서는 왼손 타자가 절반이 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중 많은 선수가 오른손잡이다. 왼손 타자의 장점을 알고 있는 지도자들이 ‘좌타 전향’을 권유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타격왕을 12번이나 차지했던 ‘전설의 타자’ 타이 콥(1886∼1961)도 ‘좌타 전향’한 오른손잡이다.

일본은 우투좌타의 천국이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의 1차전에서 일본은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 후쿠도메 고스케(시카고 컵스) 등 5명의 왼손 타자를 선발 명단에 올렸다. 이들은 모두 우투좌타다.

운동역학 전문가인 체육과학연구원 문영진 박사는 “두 팔의 근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타격을 할 때는 오른손 타자도 왼손을 함께 사용해 왔기 때문에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충분히 왼손 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치히터는 대부분 오른손 타자가 왼손 타법을 익힌 경우다. 아주 드물지만 좌투우타도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랜디 존슨(샌프란시스코), 한국에는 류현진(한화)이 그렇다. 류현진은 오른손잡이지만 야구를 배울 때부터 왼손으로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