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무기징역 등을 선고받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생존자들과 그 가족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국가가 235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황윤구)는 19일 ‘인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약 8년 8개월을 복역한 전창일 씨 등 사건 관련자 14명과 가족 등 67명이 낸 36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원고 모두에게 약 235억2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정한 위자료는 원금이지만 인혁당 사건이 있었던 1975년부터 5%의 이자가 붙기 때문에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실제 위자료는 이자를 포함해 635억 원가량이 된다.
재판부는 “중앙정보부는 체포 및 구속에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고문 등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으며 유신체제 유지를 위해 허위 사실을 언론에 알려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가해자가 돼 위헌적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 씨 등 생존자 4명에게는 7억 원씩, 각각의 부인에게는 4억 원씩, 자녀들에게는 2억500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 중 사망한 이태환 씨 등 2명을 위해서도 7억 원씩, 이 씨 등의 부인들과 가족에게도 4억 원씩과 2억500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기징역 형이 확정돼 약 7년 10개월씩을 복역한 김종대 씨 등 4명과 고 조만호 씨 등 4명에 대해서는 각각 6억 원씩을, 가족에게는 각각 7500만∼3억500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했다.
인혁당 사건은 ‘사법 살인’으로도 불리는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인 인권 유린 사건이다. 1975년 중앙정보부가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이라는 학생운동 조직의 배후 세력으로 ‘인혁당’을 지목해 북한의 지령을 받은 지하조직이라고 규정한 뒤 대법원 확정 판결 18시간 만에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사건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