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악-제주도-전남해안 일대 풍력발전 쓸 만한‘효자바람’ 분다
강한 바람 고르게 부는 곳이 경제적 가치
미시령-제주고산-백운산-마라도 손꼽혀
《한반도의 지역별 ‘바람지도’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동아일보는 기상청이 국내 주요 지점 596곳의 매시간 풍속과 풍향을 조사해 평균풍속, 주풍향(주로 바람이 부는 방향) 등을 담은 ‘풍력자원지도 개발연구 보고서’를 19일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 80m 높이에서 연평균 초속 5m를 넘는 곳은 76곳(12.7%)으로 조사됐다. 풍력발전시설을 설치하려면 바람개비가 지상에서 50∼100m 높이로 올라가기 때문에 80m 정도에서 부는 바람의 속도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연평균 풍속이 초속 5m를 넘으면 경제적인 가치가 높다.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 지점은 이보다 더 많은 129곳으로 추산됐다.》
○ 산악-해안에 대류현상으로 강풍
풍력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지점은 산악(강원)과 해안(서해), 도서(제주)가 주로 꼽혔다. 풍력 상위 관측지점 20곳 가운데 강원 산악지역이 미시령 백운산 향로봉 대관령 등 4곳, 제주도는 우도 마라도 가파도 고산 등 4곳이었다. 나머지 12곳 가운데 전남 진도·신안군 등 전라 해안지역 7곳이 풍력 상위 관측지점에 포함됐다. 미시령은 연평균 풍속이 초속 8.8m로 가장 바람이 세게 부는 곳이었다. 최대 풍속도 43.4m에 달했다. 산악과 해안은 밀도 차에 따라 공기가 이동하는 대류현상 때문에 강한 바람이 자주 분다.
반면 대도시 도심은 풍력발전에 적합하지 않았다. 서울(종로) 부산(중구) 대구(동구) 인천(중구) 대전(유성구) 광주(북구) 울산(중구) 등 7대 특별·광역시의 도심지역은 모두 80m 높이의 평균 풍속이 초속 5m를 넘지 못했다. 서울 4.2m, 부산 4.8m, 대구 4.1m, 인천 4.5m, 대전 3.6m, 광주 3.6m, 울산 4.1m 등이었다. 그러나 부산 서구 구덕산(초속 7.3m)과 광주 동구 무등봉(7.7m) 등 대도시의 산에는 풍속이 강한 곳도 있었다.
계절별로는 겨울에 센 바람이 불었고 봄, 가을, 여름 순으로 바람이 세다. 겨울에 바람이 강한 것은 바다와 육지의 온도 차 때문이다. 겨울에 육지와 바다의 온도 차가 더 커지기 때문에 바다에서 불어오는 여름 계절풍보다 대륙에서 불어오는 겨울 계절풍이 강하다. 미시령의 경우 여름 풍속은 7.6m, 겨울에는 11.0m에 달하는 강풍이 몰아친다. 제주 제주시 고산도 여름 바람은 6.3m에 불과했으나 겨울에는 10.9m까지 풍속이 올라간다. 전체적으로 여름∼초가을인 6∼10월 내륙의 바람이 현저하게 약해지고 내륙과 해안의 차이가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이규원 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교수는 “풍력자원은 바람이 얼마나 고르게 부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한반도는 산악이 복잡해서 불규칙한 난류가 많이 생긴다”며 “하지만 강원지역과 제주도, 전라 해안지역의 풍력은 고르게 바람이 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술발달로 이용 범위 넓어져
산업자원부의 ‘신재생에너지백서’에 따르면 국내 풍력자원의 잠재량은 연간 1억6170만 toe(1toe는 석유 1t에 해당하는 에너지)로 추정된다. 풍력발전 이용 가능량은 이 가운데 10% 정도로, 육상과 해상 풍력자원 잠재량의 비율은 각각 29 대 71이다.
풍력발전은 바람이 세게 분다고 해서 당장 경제적인 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다. 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의 비율이 높을수록 경제적인 가치가 크다. 바람의 방향이 자주 바뀌면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떨어진다. 서풍이 주로 부는 강원 고성군 미시령은 초속 5m 이상 부는 주풍향 빈도가 59.3%에 달해 경제적인 가치가 크다. 반면 인천 옹진군 소청도는 풍속이 6.3m임에도 주풍향 빈도가 27.7%에 불과해 경제적인 가치가 상당히 떨어진다. 기상청은 연말까지 바람을 지역별, 시간대별로 세분하고 48시간 이전에 바람을 예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풍력발전에 유효한 바람이 부는 시간을 조사하고 풍력발전이 가능한 지역을 지수로 만들 계획이다. 각종 기상이변에 따른 바람의 영향에 대해서도 조사한다. 예를 들어 시베리아기단이 한반도에 들어왔을 때 바뀌는 한반도의 바람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최영진 국립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과장은 “미래의 바람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으면 풍력자원의 효율성이 상당히 커진다”며 “풍력발전 기술개발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거나 풍속이 초당 5m 이하로 떨어져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