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전엔 양심법관 지키자더니, 선고 후엔 욕설-저주”
메이저신문 광고주 압박 운동을 벌인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회원 24명 전원에게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이림 부장판사가 판결 선고 이후 쏟아진 인신 비방과 근거 없는 각종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18일 오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이 부장판사는 ‘판사도 때론 말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판결에 대한 비판이 아닌 비난, 그리고 나에 대한 인신공격은 대한민국에서 법관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선고 직전까지 ‘양심 법관’을 지켜내자며 구호를 외치던 사람들(언소주)이 선고 직후 표변해 자신들의 인터넷 카페에 ‘조중동의 앵무새 이림 판사에게 한마디’라는 코너를 개설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저주를 퍼부어댔는데 그런 행동이 과연 옳은 일이냐”고 물었다.
이어 이 부장판사는 “내 판결의 취지는 언소주의 행위가 과연 정당한 소비자운동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즉 수단 방법의 상당성을 판가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판결을 비난하는 분들이 과연 판결문 전문을 읽어봤는지 묻고 싶다”고 적었다.
이 부장판사는 판사에게 진보, 보수의 색깔을 칠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진실과 법리에 따라 판결을 하다 보면 판결 결과가 판사 개인의 가치관과 배치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판사를 존경하지는 않더라도 판결을 존중해주는 것이 판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언소주 대표 김성균 씨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림 판사가 선고공판에 20분 늦게 들어와 ‘재판부 사정으로 늦었다’고 해명했는데 단독판사가 상의할 재판부가 어디 있나”며 ‘재판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120여 쪽에 달하는 판결문의 오탈자를 고친 뒤 인쇄를 하다가 프린터가 고장 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재판과 관련해 누구와도 상의한 적이 없으며 신영철 대법관(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자신에게 이 사건을 임의 배당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노승권)는 언소주의 광고주 압박 운동이 불법이라는 고발이 접수됨에 따라 다음 주 초에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등 고발장을 제출한 단체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