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2차 실무회담… 北 임대료-월급 인상 요구 되풀이
南 억류근로자 서신 전달 거부당해… 내달 2일 3차회담
북한이 19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2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 지난해 말 단행한 남측 인원의 공단 체류 및 통행 제한 조치를 풀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일 남측 인원의 경의선 및 동해선 육로 통행 시간대와 시간대별 통행 인원 및 차량 수를 대폭 줄이고 상시 체류 자격 소지자를 880명으로 제한하는 ‘12·1조치’를 단행했다. 이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토지임대료 인상 등 자신들의 금전적 요구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날 공단 1단계 토지임대료 5억 달러 지급과 북측 근로자 월급 300달러 인상 등 기존 요구를 되풀이했다. 김영탁 남측 수석대표(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는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북측은 기조발언을 통해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후 우선적으로 토지임대료 문제부터 협의하자고 주장했다”면서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근로자 A 씨의 가족이 보내는 서신 두 건을 전달하려 했으나 북측은 ‘별일이 없다’며 접수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측은 A 씨를 2004년 남북 간 합의서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혀 경고나 범칙금 부과, 또는 추방으로 처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남측은 A4용지 33쪽 분량의 기조발언을 통해 이날로 억류 82일째인 A 씨 문제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또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남북 간 합의와 계약, 법규와 제도를 철저히 준수하고 △공단을 정치 군사적 상황에 영향 받지 않고 경제원칙에 따라 운영하며 △국제 경쟁력이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킨다는 미래지향적 관점과 의지를 가지자는 3대 원칙을 전달했다. 남측은 이를 위해 다음 달부터 남북 대표들이 아시아 국가와 중앙아시아 국가, 미주지역의 국제공단을 함께 시찰하자고 제의했다.
3차 회담은 다음 달 2일 개성공단에서 열린다. 북한이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한 당국자는 “3대 세습을 안정적으로 완수해야 하는 내부적 이유와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대립이라는 대외환경 속에서 남측과의 대화 통로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한 기업체 대표는 “통행과 체류 규제가 완화된다면 좋지만 근본적으로 임금 인상 등 무리한 경제적 요구가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