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53)과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67). 이란 대선 후 격화되는 시위 사태에 공개적으로 내세워진 두 사람의 얼굴 뒤에는 이란 최고위급 성직자 간의 치열한 권력투쟁이 숨어 있다. 이슬람혁명의 동지였다가 라이벌이 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69)와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75)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 “이란의 최고위급 성직자 그룹의 내부 분열 때문에 이슬람공화국 체제가 30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신정(神政)체제’는 국민이 직접 뽑는 대통령은 최고지도자에게 종속돼 있으며, 의회의 입법기능도 성직자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에 종속돼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의 아버지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함께 이슬람공화당을 창당한 동지였다. 하메네이는 1989년 호메이니가 사망한 후 라프산자니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정계의 실력자였던 라프산자니는 같은 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라크와의 전쟁에 참가했던 젊은 군인들을 혁명수비대와 바시즈 민병대, 정치계로 끌어들여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했다.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1989년부터 1997년까지 대통령을 지냈으며, 2005년 다시 대선에 나섰다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신의 축복’을 전한 아마디네자드에게 패배했다.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현재 이란 최고지도자를 교체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전문가위원회와 정부 정책 감시기관인 국가임시조정위원회를 이끌며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갑부로 알려진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개혁파 무사비 후보 선거진영에 거액을 지원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3일 대선 TV토론회에서 무사비 후보는 부패한 지배자의 손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며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에게 공격의 총구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에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최고지도자에게 편지를 보내 “선거를 공정하게 실시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거센 소요사태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이란 소요사태를 계기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혁명 1세대 출신 정적을 제거하려는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